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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Sep 10. 2020

나의 장애, 그리고 나의 가족

그 시절 나를 지탱해주던 내 보물 1호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의 1 1녀의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라는 평범한 자소서의   같은  삶을 시작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자소서의   같은  삶은 다를  없으나 다만  가지 조건은 빠져있다. 4살이 되었을 무렵 청각장애를 갖게 되었다는 . 아마도 부모님은 건강하고 평범하게 자라길 누구보다 바랐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랬다면 우리 가족의 삶이 어땠을까라는 점도 생각해본다. 하지만 청각장애로 인해 아마도 가족의 삶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엄마 이야기

지금도 엄마를 마주하면 소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웃음도 많고 예쁘게 꾸밀 줄 아는 모습을 보면 어렸을 적 엄마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빠는 아직도 ‘엄마 처녀시절에는 너보다 훨씬 예뻤다’라는 말을 하시곤 한다. 지금 내가 봐도 엄마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청각장애 소식을 들은 후 엄마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그 시절, 일반 유치원에도 입학할 수 없었고 돈을 내고 다니는 학원에서조차도 청각장애로 인해 받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곤 교육청에 가서 따져도 보고 좌절도 하셨다곤 한다. 언어치료에 대한 정보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음에도 엄마는 딸이 남들과 다르지 않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낱말카드를 만들고 혀 모양도 그려서 열정적으로 가르치시곤 했다.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엄마 덕분이다. 지금도 엄마의 목소리가 크고 가끔은 갈라진 목소리가 날 때마다 남몰래 마음이 아프다.

아빠 이야기

나와 가장 성격이 닮은 아빠, 학창 시절 해외출장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순 없었지만 늘 우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유독 나를 예뻐했던 우리 아빠. 사실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시는 성격도 아니고 엄격하시기도 하여 가끔은 부딪히기도 하였으나 딸의 아픔을 누구보다 속상해하며 속으로 많이 눈물을 삼키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빠 이야기

장애라는 개념이 없었을 나의 연년생 오빠, 어린 시절 엄마는 나를 병원에도 데려가고 신경 쓰느라 오빠에게 많은 신경을 쏟지 못했다곤 하셨다. 열쇠고리를 목에 걸고 알아서 집을 찾아오라 하기도 하고 못 듣는 동생을 위해 본인이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나에게 알려주곤 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시절 오빠와 오빠의 친구들(조금 오지랖이 넓은)은 나를 친동생처럼 여겨주었고 보디가드가 되어주었다. 내가 학창 시절을 무사히 마칠 수 있던 힘은 아마 오빠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해본다.


32살이 되는 이 시점에 나의 어린 시절을 지탱해주고 지금도 멀리서 힘을 주고 있는 내 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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