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통 Jul 10. 2021

2021미국 아카데미주제가상 노미네이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파이어 사가(Eurovision Song Contest: The Story of Fire Saga, 데이빗 돕킨 작, 2020)  

https://www.imdb.com/title/tt8580274/?ref_=nv_sr_srsg_0

     

어린 시절 ‘아바’의 ‘워털루’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장면을 보고 꿈을 키운 ‘라르스’(윌 패럴 분)는 평생을 유로비전 참가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인 후사비크 주민들은 그의 그런 꿈이 허무맹랑하다며 비웃는다. 하지만 ‘라르스’ 곁에는 그의 그런 꿈을 지지해주는 ‘시그리트’(레이첼 맥아담스 분)가 꿋꿋하게 지키고 있었다. 둘은 어쩌다 운 좋게 아이슬란드 유로비전 대회에 참가하고,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아이슬란드를 대표 가수가 되어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나가게 된다. 

사실 유로 비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수는 당연 ‘아바(ABBA)’이다. ‘아바’는 그 당시 1974년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 

각국의 대표 가수들을 뽑아 다른 나라 대표 가수들과 대결을 벌여 우승한다는 올림픽 같은 이 시스템은 사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원천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https://en.wikipedia.org/wiki/Eurovision_Song_Contest

이 노래 대회는(대표 가수들을 선발하여 나라별 대결 후 우승자를 뽑고, 각국의 심사위원들은 자국의 대표 가수들을 제외한 나라들에게 점수를 준다는) 언뜻 보면 기이해 보이긴 하지만, 각국의 나라들의 문화를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 소개할 수 있고, 유럽 대륙 안에서 우승한 가수들은 세계적인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물론 70년대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긴 하지만)는 점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콘테스트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점수 산정 방식, 영어 노래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여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실제로도 몇몇의 나라들은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여 년인 지난 지금까지도 유럽에서 제일 흥미진진한 이벤트 중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오디션, 국가주의, 새로운 음악 스타일 등에 대한 욕구 등이 한 데로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이런 유로비전의 특성을 한 데로 끌어올려 그 안에 내재된 대중적 정서를 절묘하게 다른 감정 및 정서들과 결합시켰다는 데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1. 세계화와 국가주의 

 세계화의 거센 물결은 국경에 대한 명백한 선긋기가 모호해지면서, 국가, 민족주의 등이 흐릿해질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국가, 민족에 대한 정체성은 더욱더 뚜렷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런 국가, 민족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은 타자와 뒤 섞인 상황에 불편한 시각을 보내는 이들 또는 타자라 일컬어 지는 이들에게 기회를 빼겼다는 정치적 선전에 깊게 공감한 이들이 결합하여 더욱 증폭되고 광대해졌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흘러들어온 ‘타자’라 일컬어지는 이민자, 난민들의 증가로 ‘관용’과 ‘포용’을 이야기하는 소리들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국가와 민족에 대한 경계를 지으려는 열망은 더욱 가속화된다. 하지만 국가, 민족의 개념이 공고히 된 데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음을 고려해볼 때(길게 잡아도 1700년대에 등장했다고 한다-위키피디아 참조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ism) , ‘교묘하게 잘 만들어진 정치적 선전문구’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제시하는 국가대표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유럽연합’이라는 이름 하에 감춰놔야 했던 지역주의, 국가주의의 감성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각 나라들이 얼마나 연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이러니함을 구성하고 있다.

 ‘파이어 사가’라는 아이슬란드 그룹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는 국가 간의 경계도 허물 정도이다. 각 나라별 점수 선정 방식에서도 관례를 깨고, 모두들 ‘파이어 사가’를 응원했다. 그들은 미지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운 좋게 대표 가수들로 뽑혔을 뿐이지만, 유럽인들의 연대를 강화하게 하는 뜻밖의 구실을 하게 된 셈이다. 

미국인들이라고 욕을 해댔지만, 결국 마지막에 그들도 함께 파이어 사가의 공연을 보는 걸로 마무리된다. 국가와 나라에 대한 경계 짓기로 시작한 이 영화는 어느새 ‘통합’을 외치고 있는 셈이 되었다. 



2. 꿈에 대한 현실적인 답변 – 몽상가로서의 한계 및 극복과정 

‘꿈’을 향해 나아가고 이를 ‘시도’ 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물론 ‘꿈’을 통해 무언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삶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건 아니다. 그저 ‘한 번 해봤다’ 정도로 인생의 지평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똑같이 ‘야야 딩동’을 부르더라도, 꿈에 대한 갈망이 극심할 때는 절망적일 수 있으나 이미 경험을 해 본 상태, 꿈에 도전해봤던 경험이 있는 상태에서는 후회 없이 ‘야야 딩동’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은 아름답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꿈’에 대한 맹목적인 뒤쫓음은 허무함과 허탈감, 상실을 크게 안겨줄 수도 있다. 현실에 대한 직시 또한 필요한 부분이다. 후회 없이, 열정을 다해, 한 번 해봤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인생을 즐길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진짜 ‘진심’을 다 해 한 번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서 ‘꿈’은 소중하다. 무언가를 달려 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다. 


*추신 : 레이철 맥아담스와 윌 페럴이 연인으로 나오지만, 나이 차이가 심하게 나보여서 그 부분엔 감정 이입이 잘 안되었다. 하지만, 진지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고 코미디 영화라서 이 부분 역시 웃으며 넘길 수 있긴 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짧고 강력한 연기도 돋보였다. 그리고 한 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 유로비전 참가자들과 노래 부르는 씬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파이어 사가의 황당무계한 무대 퍼포먼스도 사실 유로비전에서 선보여진 적이 있던 것이라는 걸 알고 나니, 유로비전의 무대가 유럽인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하나의 연례행사라는 점이 이해가 가긴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n3Re2El6WI

                                   문제의 '야야 딩동' 노래 씬 (엔딩에 펼쳐지는 '야야딩동')

매거진의 이전글 2021미국 아카데미각색상 노미네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