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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Jun 17. 2020

엄마책육아방의 가장 큰 간증

6월 12일엄마책육아방 100일


연애할 때나 의미있던 100일..

육아하며 내 아이 백일상 차려주기 위해 셋던 100일..

그런 100일이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정말 어쩌다보니 100일이 되었다.

정말 어쩌다보니 앨대표라는 칭호까지 듣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100일동안 어떠했냐고 물어봐준다면 나의 답은


두려웠어요



생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의 시도는 하루하루 외줄타기 기분이었다.

가보지 않던 길을 가는 그 과정은 하루하루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두려움과 마주해야 했다.


해보지 않던 선택에 따른 책임들은 때론 신선하기도 했지만 때론 무겁게도 느껴졌다.


100일이 지나고 어느날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차안에서 흘려나오는 노래를 들으면서 창밖을 바라보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외줄타기같은 두려움을 마주하며 100일동안 내 앞에 붙여졌던 빨간 딱지들을 내 손으로 하나씩 떼어내고픈 지난 나에 대한 연민에서 오는 눈물이자 내가 살아있구나..! 를 느끼는 감동의 눈물이기도 했다.

몸뚱아리는 사지멀쩡하게 살아있지만 나는 내가 살아있는 이유, 살 이유를 찾지 못했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살지 않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되었었다.

새로운 내 인생의 제 2의 직업을 찾기 위해 지내왔는데 내가 해오던 것들은 부질없는 일들로 치부되었었다.

아이 앞에서조차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아이 입에서 엄마는 할 줄 아는게 뭐야?라는 말을 듣는 수치스러움을 겪어야했다.

아이 앞에서 아이에게 전부같은 엄마의 존재가 짓밟히는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나가서 돈이나 벌지 왜 못하는 살림과 육아를 하고 있느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야했다.

언제까지 그 모양 그 꼴로 살거냐는 버러지취급을 받아야 했다.

나는  살기위해 발버둥치는데 너는 살 가치가 없다고 나의 발버둥치는 발이 꽁꽁 묶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존재가치도, 삶의 가치도 잃어갔었다.

매일 밤 나의 삶의 지속에 대해서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안 살고 싶다..! 나는 이번 생에 행복하면 안되나보다..나는 이번 생은 글렀나보다..이런 생각의 늪에 빠져있곤 했다. 

매일 밤 모두 잠든 그 시간 내일을 맞이하는게 두려워 내가 내 삶의 종지부를 찍고싶은 감정들과 싸워야했다.

초등학교 입학도 안한 딸을 앞에 두고 나는 이런 생각들을 하며 몸뚱아리는 살아있지만 내 안은 죽어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내 눈빛의 촛점은 흐려갔었다. 하루 하루 내 영혼은 죽어가며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런 나란 엄마의 존재가 딸의 인생에서 오점이 될까봐 수치스럽고 죄스러운 마음의 연속이었다.

딸이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처럼 클까봐..

딸이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처럼 살까봐..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봐에 차라리 한살이라도어릴 때 아이의 기억에서 없어지는 것은 어떨까 고민하곤 했다.

애가 낳아달라고 애원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쩌다 낳아놓고  어찌할바 몰라 발동동구르면서 하루하루 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그 얼음판에서 나홀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늘 무언가에 쫓기며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 있어야 했다.

외로웠다.

무서웠다.

내 아이는 나란 엄마의 불안과 두려움을 두 눈으로 보고 다 느끼며 나란 엄마의 힐러로써 나를 살리기 위해 온갖 지랄발광을 해대며 나의 죽어가던 욕구와 감정들을 건드려주곤 했다.

아이의 지랄발광이 버거웠다. 아이의 지랄발광으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이의 지랄발광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이 못키운 엄마, 모성애 제로인 엄마가 된 듯 했다.

허나 지금은 진실을 안다. 

아이의 모든 지랄발광은 죽을지도 모르는 나란 엄마를 살리기 위해 아이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서 했떤 최선의 몸부림이었음을.

엄마 죽지마. 내가 살려줄게. 

나 엄마살려내려고 내가 엄마 선택해서 온거야.

내  몸 바쳐서 엄마 살려낼거야.

이런 벼랑 끝에 선 나날의 연속에서 나는 내 삶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결심했었다.

이왕 이리된거 미친 척 내가 원하는 판 만들어서 내가 좋아하는거 원없이 해보자고.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고 나 스스로 내가 살아있음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었다.

내가 책읽고 책이야기나누는 것을 그나마 좋아하니 그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할 수 있는 환경을 내가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책육아방을 시작했다.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 아닌 어느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지푸라기 하나같은 생각을 부여잡고 시작했다.

하루하루 생전 해보지 않은 경험들을 하며 두려움반+설레임반을 느끼며 지내다보니 100일이 되었다.

100일동안 해보지 않은 경험들 앞에서 두렵기도 했지만 사실 행복했다.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임을. 

내가 해오던 것들이 부질없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번뜩이는 전구같은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내가 죽지 않고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을.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유를.

엄마책육아방에서 100일이라는 시간을 통해 체험한 순간들이 주저앉아있던 나를 일으켜세워주었다.

엄마책육아방 100일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은 허상이었음을...



엄마책육아방 100일을 통해 나는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쓸모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할 줄 아는게 많은 사람이었다.

나는 버러지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사랑이고 빛인 존재였다.

나는 살림도 육아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살림도 육아도 그정도면 잘하는 사람이었다.

이 모양 이 꼴로 사는게 잘못된 선택이 아닌  이 모양 이 꼴로 살아야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엄마책육아방의 가장 큰 간증은 내가 앨벤져스들을 살린게 아닌, 그들을 통해 내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고마워요. 앨벤져스 

덕분에 제가 살아있음을 느꼈어요.

고맙다. 앨대표

살아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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