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이 확 눈에 들어오는 유튜브 영상을 발견했다.
전업주부 경력단절이란 없습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썸네일이다.
이 문구만 보는데도 내 마음이 시리고 아프고 뭉클해진다.
어쩌다 전업주부
임신하고 8개월무렵까지 일을 했다.
막달까지 일을 하려했으나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보니 막달인 그 시기 한겨울 빙판길에 혹시모를 사고를 대비해 반대를 무릎쓰고 일을 그만두었다.
나는 학원강사였기에 일을 그만 둔다는 것은 복직이 법적으로도 보장받지 않는 퇴사자가 되는 길이었다.
나는 아이를 낳고 1년 뒤에는 어떻게해서든지 다시 일을 해야지..했지만 결국 나는 일하러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지금껏 전업주부가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돌쟁이정도만이라도 엄마손으로 키워놓으면 되지 않을까 했다.
허나 돌쟁이 아이를 보고있자니 너무 어렸고 엄마의 존재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면서 그렇게 1년만 더..1년만 더..하던 것이 이리 됐다.
경력단절의 시간을 경력이동의 투자시간으로
나의 인생에 기약없는 전업주부의 삶은 없었다.
난 단한번도 전업주부의 삶을 지속하겠노라고 떠들고 다닌 적도 없다.
나에게는 기약은 없었지만, 난 늘 다시 나의 일을 하겠노라 떠들고 다녔다.
그런 나에게 돌아오는 소리는 경련단절인 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냐는 비아냥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 경력단절녀이라 생각하기보다 또다른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라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자기 스스로 나는 경력단절녀. 그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나는 반대였다.
하던 일을 다시 할 생각은 나 스스로도 없었기에 난 애 키우는 육아기간동안 애도 키우고 나도 다시 키워내는 시간으로 보낼 것이라 다짐하며 지난 시간을 버티고 지내왔다.
그랬기에 다른 전업맘들과는 조금은 다른 행보를 걸어오며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보내왔다.
주부로써 하는 살림도 나의 또다른 경력이 될터이니 어떻게하면 효율적으로 할까싶어 미니멀라이프를 흉내라고 내면서 해봤고,
외벌이가정의 삶도 나의 또다른 경력이 될터이니 어떻게하면 외벌이로 알뜰하게 살까싶어 돈공부에도 기웃거렸었다.
이왕하는 독박육아도 나의 또다른 경력이 될터이니 어떻게하면 애를 잘 끼울까싶어 배려깊은 사랑을 알고 이를 흉내라고 내보려고 기를 썼다.
이왕 하던 일이 경력단절이 되었으니 이 경력단절인 위기를 기회삼아 나의 경력이동을 위해 독서하고 강의들으며 나를 다시 키워내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 누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다.
나의 이 선택들에 절대적 지지와 응원도 바라지 않았다.
나의 선택이었기에 난 나의 선택을 믿고 내 길을 가면 된다 생각했다.
평탄치않던 지난 8년
그런데 왠걸, 어쩌다 전업주부 8년동안 평탄치 않았다.
경제적 압박이 상당했다. 자존감학대도 상당했다.
언제까지 애나 키울거냐고
언제까지 남편벌이에 빨대꽂을거냐고
왜 같이 안버냐고
경력단절인 너를 사회에서 누가 써주냐고
넌 애도 못키우고 살림도 못하니 나가서 돈이나 벌라고
내가 하는 모든 시도와 행동들을 부질없는거,쓸데없는 것들로 치부받을 때 상당히 외롭고 힘들었다.
그런 반응이 나를 상당히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나를 삶의 궁지로 몰았다.
그런 반응이 상당히 공개적인 곳에서도 이루어지면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나의 자존감을 짓밟았다.
많은 전업주부들이 자신감이 떨어져있다. 많은 전업주부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는걸 알게 모르게 많이 위축되어 있다.
그런 전업주부를 경력단절녀로 매도하는 시선과 언행들은 전업주부들을 더 사회에 나오지 못하게 짓밟는 꼴이다.
어느날 지난 나의 8년 육아와 주부의 시간을 제대로 짓밞혔던 일이 있었다.
내 인생의 8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 별볼일없는 시간으로 치부되어 짓밟혔다.
내 30대의 8년이라는 시간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8년동안 난 무얼했나 내 삶의 의미를 타인에 의해 묵살당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나의 자존감은 더 추락했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경력이동이 되는 투자의 시간으로 삼았는데..
누가 뭐래도 나는 다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누가 뭐래도 지난 시간 별거없어보여도 애도 나도 잘 키워 다시 사회에 나갈 생각이었는데..
내가 해온 지난 시간이 아무 의미가 없어지면서 내 삶의 의미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내가 왜 사는가에 대한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이런 일들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오던 시간이 있던지라 오늘 우연히 썸네일에 끌려 보게 된 영상이 위로가 된다.
전업주부에게 경력단절이란 없다.
경력이동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