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라 앨리스 Oct 07. 2020

내가 그리 느꼈다면, 누가 뭐래도 그게 진실이었다.

언젠가부터 글이 무척이나 써지지 않았다. 글을 쓰려고 앉으면 머리가 하애지는 기분? 또는 머릿 속이 뭔가 엄청 뒤죽박죽인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써왔다. 읽는 사람들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쓰면서도 뭔가 글들의 테트리스게임하듯이 딱딱 맞춰지는 기분보다는 글들이 붕붕 떠다니는 그런 찜찜함 속에서 써왔다.

그런 찜찜함 속에서 쓴 글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썼고, 발행해왔다.


뭐 글이 늘상 쭉쭉 써졌던 적은 없었지만, 글을 쓰려고 앉은 자리에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무언가가 나를 꽁꽁 싸매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엇으로 인해 글이 그토록 안써졌을까?


이 것에 대해서 한동안 나는 계속 생각했다.

물론, 블로그에도 몇번 언급되었던 변화된 외부적인 상황들의 영향도 상당한 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보다 더 나를 휘감고 뒤흔들고 있는 본질적인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밧줄로 꽁꽁


나란 사람이 밧줄에 꽁꽁 매여진 기분이랄까?

타인이 던진 밧줄이 나를 휘감기보다 표류해있는 나를 살리는 밧줄이 되기도 한다.

그가 던진 밧줄이 순수히 나를 돕기위한, 정말 나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실제로 나를 살렸어야했다.

그런데 누군가 던진 밧줄에 내가 살아나기는 커녕, 오히려 그 밧줄에 꽁꽁 메여있게 되었다면?

그가 던진 밧줄은 나를 위한 밧줄이 아닌, 그를 위한 밧줄로 사용된 것이다.


나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던져준 밧줄이 정말 나를 위한 것들이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진심이 내 마음에도 닿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흘려도 뭔가 찜찜하게 불쾌함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던진 밧줄들이 정작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들고 있기 버거워 나에게 던졌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나의 생각, 감정, 욕구들을 믿었어야했다.

나는 분명히 그가 밧줄을 던졌을 때, 왠지 모르게 찜찜하고 불쾌한 감정이 밀려오고, 이건 아닌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스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겠지..하며 나 스스로를 오히려 내가 설득하고 있었다.

그 순간의 나의 생각, 감정들을 내가 믿어줬어야했다.

그 순간 믿지 않았더니 상대가 던진 밧줄 뒤에 숨어진 그 자신도 정작 모를 교묘한 감정에 내가 걸려들었다.

그게 나를 휘감는 밧줄인지도 모른채 덩그러니 내 몸을 내어주고는 뭐가 문제지..뭔가 예전하고 내가 달렸는데..하며 눈 뜬 장님으로 지냈다.

그 밧줄로 내가 꽁꽁 휘감겨있었구나..

그래서 모든게 멈춘듯, 내 생각도,욕구도, 감정도 묶여버렸구나...

그랬으니 생각의 혈들도 콱콱 막혀 내 안에서 그렇게 버거워 난리치고 있었구나...

그래서 글을 쓰려는데도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은채, 활자들이 붕붕 떠다녔구나..

생각의 혈들이 풀려 원활하게 순환되게 하기 위해서 해야할 것은 내 몸을 감고 있는 그 밧줄을 풀어야 한다.

가위로 아주 싹뚝싹뚝 잘라낼 생각이다. 나를 위한 밧줄이 아닌 교묘하게 그 자신을 위한 밧줄이었으니까.

이러한 경험으로 다시 배우게 된다.

내가 불쾌하게 느꼈다면, 그 불쾌감이 맞다는 것.

내가 찜찜하게 느꼈다면, 그 찜찜함이 맞다는 것.


내가 뭔가 이건 아닌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느낀 그 감정이 정확하다는 것.

자신의 감정,생각,욕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느꼈다면 누가 뭐래도 그게 진실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누울자리, 안전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