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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Nov 04. 2020

나란 엄마의 육아 분노지점

분노가 올라올 때 이것은 나의 어린시절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출처- 푸름아빠 거울육아 28쪽>



나의 어린시절...? 난 사실 어린시절 기억이 거의 안난다. 이 또한 살면서 의문이긴 했었다.난 초등 이후는 그나마 기억하나, 취학 전의 기억은 가물가물...육아를 하면서 내가 머리(의식)로 기억하지 못하고, 몸만(무의식)이 기억하고 있는 순간들을 내 아이는 다 비춰주었다.  



분노가 올라오면 어떤 상황에서 그러는지 적어라. 그러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점에 자신이 해결해야 할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출처- 푸름아빠 거율육아 26쪽> 




지난 8년여간의 육아를 돌아보면 정말 내가 감정조절하지 못하고 욱해서 만분의 일초의 속도로 버럭하며 감정을 토해내는 순간들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내가 분노가 올라오던 지점의 순간들을 써보려한다.



아이가 악쓰고, 발악하며 울 때



난 아이가 악쓰고 울면, 잔잔하던 바다에서 파도가 갑자기 휘몰아쳐서 내가 타고 있던 배가 순식간에 전복되는 기분에 휩쌓인다. 

그 때는 공감이고 나발이고, 달래주고 나발이고, 나부터 살고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 살고봐야하니 파충류의 뇌가 일단 발동된다. 

난 어릴 때부터 귀 따갑게 듣던 소리가 "너 같이 우는 애가 없었어. 울보였어"였다. 그래서 나는 익히 알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많이 울어 엄마아빠를 힘들게 했던 존재였다는 사실을.

내 아이도 그렇게 울어대니 내 부모님은 내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이와 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너 어렸을 때 하도 울어대서 아빠가 집어던진 적이 있어. 장롱 속에 넣어둔 적도 있고."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내 아이 앞에서 이야기하셨다.  애 키우면서 이 말을 들으니 내 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어린 나의 무의식 안에서 내가 어릴 적 울 때 아빠가 집어던져서 엄청난 상처로 남아있었나보다.



싫어, 안해, 내가 할거야!라는 말을 할 때



생각해보니 왜 내가 돌 이후부터 유독 아이에게 화가 났나 생각해보니 아이가 돌 이후부터 자아가 커지면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는 시기였다. 

특히나 1반항기에는 듣기 싫은 말만 하는 시기. 뭐든 싫다고하고, 다 제멋대로 막무가내로 하려는 시기. 

자아가 없이, 자유의지없이 , 분명한 자기의사표현없이 그저 착한 아이여서 싫은 것을 싫다 말도 못하고, 싫어도 엄마아빠가 하라면 해야했던 나에게는 내 안에 알게 모르게 상처와 분노가 쌓여있었나보다. 



~하고싶어. ~먹고싶어. ~사고싶어



왜그리 애가 욕구표현할 때마다 화딱지가 나는지....!

진짜 내 안에서 "돈이 어디 막빡에서 튀어나오냐..!"라는 말이 절로 올라왔다.  어떻게 된게 아이의 욕구표현은 죄다 돈을 써야하는 순간들이었다.

왜 내가 이 지점마다 아이의 표현에 따뜻한 수용이나 공감이 아닌 화딱지가 먼저 올라오나했더니..역시나 난 욕구표현을 제대로 당당히 해본 적 없이 컸다. 

내 어린시절 나는 욕구가 올라와도 나 스스로 단정짓고 단념하곤 했다. 

뭐가 하고 싶어도, 뭐가 먹고싶어도, 뭐가 사고싶어도  돈이 없어 안된다고 할거야...라며 표현도 해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까탈스럽게 옷입을 때, 머리묶을 때


내 딸은 단한번도 내가 입으라는 옷, 묶어주는 머리대로 한 적이 없다. 

늘 자신이 원하는 옷이 정확했기에 지금껏 사준 옷도 내가 내맘대로 사다준 옷이 없다. 내맘대로 사다준 옷은 쳐다도 안보고, 입지도 않았다. 선물받은 옷들 중에서도 자기 취향이 아니면 절대 안입는 아이다.

있는 옷들도 자신만의 코디로  기어코 입는다. 머리도 정확하게 요구한다. 오늘은 이렇게 저렇게 이 끈으로, 이 핀으로 해줘. 라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나에게 디테일하게 요구하는 딸래미를 볼 때면 나란 엄마는 기특하기는 커녕 종종 화딱지가 치밀어오른다.   

물론 자기의사표현이 정확한 내 딸이 객관적으로 건강하다. 잘크고 있음을 안다. 허나 내 몸은 만분의 일초로 감지하고 욱이 먼저 올라오곤 한다.

더 나를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옷, 요구한대로 묶어준 머리가 내 눈에 튀지 않게 조금이라도 뭔가 이상하면 그걸 트집을 잡고, 옷을 다시 갈아입거나, 머리도 자기가 원하는대로 다시 요구한다.ㅜ.ㅜ 외출하려고 신발을 신을라면 신발장에서 신발고르느라 또 몇분을 지체한다.ㅜ.ㅜ

내 안에서 막 퍼붓고 싶었다. "너 왜케 까탈스러워!!!! 대충해!!!! 뭐가 다르다고 난리야!!!!" 

내가 왜이리  이 상황에 만분의 일초로 분노가 반응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내 딸마냥 까탈스럽게 옷이며 머리묶는 것을 요구했다가 엄마한테 욕바가지로 먹고 수치를 느꼈던 순간이 스쳐지나갔었다. 




애가 밤에 깨서 악쓰고 울 때



난 잘 때 예민하다. 소음이 있어도 잠들기 힘들고, 조명이 있어도 잠들기 힘들다. 난 그래서 티비켜놓거나, 방불을 켜놓고는 절대 못잔다. 

더군다가 자는데 어떠한 소리로 깬다??? 그건  내 안에 짜증이 밀려오게 하고, 불쾌하고...심장이 콩닥거리고 그렇다. 그래서 나는 잘 때 누군가의 소리나, 촉감으로 깨는걸 싫어한다. 

아 그런데 왠걸...내 아이가 커가면서 잘 때 그렇게 발로 손으로 툭툭 나를 친다. 심지어 한바퀴씩 돌면서 그렇게 나를 발로 밀어낸다.ㅜ.ㅜ  자는 내가 애로 인해 깨게 되니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오곤 했다. 

나를 미치도록 화가 나게 만드는건 애가 자다말고 악을 쓰고 몇시간을 울어댔다는 것이다. 다음 날 깨서 물어보면 애는 기억을 못한다. 

자다말고 악쓰는 소리에 애가 우는 모습은 꼭 정신나간 사람같기도 했었다. 어떠한 말도 안 통한다. 뭐해줘도 다 싫단다... 그러고 한밤중에 몇시간을 그런다. 

이건 왠만한 사람도 아마 고문일 것이다. 그런데 나란 엄마는 더 미친다. 

우리 아빠는 늘 우리가 자고 있는 한밤중에 술에 취해 현관문에서  큰 소리로 우리를 부르고 , 심지어 흔들어깨워 거실에 무릎을 꿇게하고 술주정을 몇시간동안 한 사람이니까.



이 외에도 나의 분노하는 지점은 많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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