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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라 앨리스 Nov 04. 2020

총체적 난국인 엄마를 비추는 아이

환상  속의 육아


난 아이낳기 전에는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우겠노라고, 잘 키울거라고 자신만만했다.  내 마음에는 늘 내 엄마아빠랑은 다르게 키워야지..!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기에.. 그런데 아이를 낳고보니 내 의지는 쓰레기가 되어버렸다. 세상 어려운게 육아ㅜㅜ


두 얼굴의 엄마


진짜 다른 사람에게는 세상 친절한 승미씨이면서, 아이에게는 날 것의 감정을 소스라치게 쏟아내는 모습에 내가 미쳤나??  싶었다. 딱 두얼굴의 여자, 이중인격자가 나였다.

푸름아버님께서는 25살인가??  그쯤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감지하셨다는데, 난 초등고학년??쯤부터 내 안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었다. 뭔가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뭔가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있는 기분. 뭔가 내 안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있는 기분.


슬픔이 억압된 엄마



난 어릴적 울보라했고, 울때마다 수치심을 당해 울음이 억압된 채 자랐다. 내 아이는 아니길 바랬는데 역시나 울보였다ㅜㅜ 그래서 여기저기서 지엄마닮아 울보라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애가 은근 미웠다. 왜 내가 가장 감추고싶은...수치스런운걸 닮았나해서 ㅜㅜ 그러보고면 기질도, 외모도 내가 수치심을 느꼈던거만 닮았다ㅜㅜ 딴건 다 아빠닮고.

아이가 울때 배운건 있어가지고 구나구나 감정공감을 시도했는데 애가 더 뒤집어지고 악쓰고 우는 모습에 이게 뭐지??멘붕이었다. 거기서부터 나의 육아 자신감은 맨홀아래로 빠졌다. 배워도 왜 안되나싶어서ㅜㅜ

지나고보니 난 구나구나 감정공감을 가슴으로 하지않고, 머리로 했다. 어금니 꽉 깨물고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심장은 늘 콩닥거렸다. 어거지로 했고, 내 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불안, 두려움이 감지됐으니까.


왜 그런지 도통 원인파악이 안되어 답답했는데 최희수소장님의 <푸름아빠거울육아>를 읽으며 궁금증이 해소됐다. 내 아이는 엄마의 어거지 머리로 하는 공감을 감지하고, 엄마가 그 순간 자신과 감정적으로 연결이  끊김을 감지하고, 엄마 정신차려!!! 나를 봐달라고!!!하며 발악발악 울어댔음을.


분노도 억압된 엄마



나란 엄마는 또 분노까지 억압된 총체난국의 엄마인지라 애가 또 나 살리겠다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짓만 했었다.  내 한계를 실험하듯 말이다. 

내 딸은 누구를 때리지는 않았다. 다만 진짜 내 머리 뚜껑이 열릴 때까지, 생각지도 않은 것에 트집을 잡고 생떼를 부리곤 했다. 

진짜 나의 한계를 실험하고, 내가 이성을 잃어 손까지 올라가게 만들곤 했다. 어떠한 관심유도도,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꼭 그 순간 마지막 삶을 사는 아이처럼.

그래서 양가어른들이 재는 엄마닮아 울보에,꼴통에, 진상이라고도 했다. 엄마아빠닮아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고 , 고집이 쎄도 너무 쎄다 했었다. 

양가어른들의 그러한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내 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었다. 내 아이에게서 어린 나의 모습이 투사되어서 말이다. 나도 어렸을 적 사람들 앞에서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구나 싶어서..

어릴 때 잡지 않으면 커서는  더 감당안된다고 나의 육아를 늘 못마땅해하셨고,  심지어는 집에 며칠 두고가라고도 하셨다. 그 버릇 싹 다 고쳐주겠다고.

차마 양가어른들의 말대로 하지 못했다. 난 이미 배려깊은 사랑을 알아버린 뒤였고, 애 고집 꺽겠노다고 그리 하면 애가 나처럼 착한아이로 불행하게 큰다는걸 머리로는 알았으니까.

배려깊은 사랑이 진짜 엄마잡더라ㅜㅜ  난 제대로 한 것도 아니고, 정신줄놓고 줬다 안줬다했는데도 내 아이의 빛은 꺽일새없이 나를 비추고, 나의 억압된 지점을 기가 막히게 풀어낼 거리를 제공해줬다.

푸름이교육 원망도 했다. 푸름이교육을 알았던 나도 원망했다. 왜 그 어려운걸  알아가지고 이 고생과 비난을 받나해서 ㅜㅜ


지금도 엄마를 포기하지 않는 아이


내 딸은 지금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내 안에 부글부글 분노가 차있는데도 태연한 척 할 때 어김없이 지랄맞은 생떼를 부리거나, 짜증을 내거나, 나 대신  소리질러 분노표출을 한다. 애가 감지하는거지. 

여전히 나란 엄마는 자신과 감정연결이 끊기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서야 왜 분노를 안전하게 풀어내야지만 내 아이의 지랄맞은 행동도 줄어들 수 있음을 알겠다. 왜  푸름이교육에서 안전한 곳에서 분노를 풀어내라는 것인지  알겠다.

호기심으로 분노가 차올라 미친 척 혼자있을 때보니, 세상 속시원하더라는...그리고 애도 심리적으로 편안해보이더라.

아...!그래서 알았다.

아이는 엄마의 내면이 편안하면, 자신도 편안하고, 엄마 속이 시끄러우면 자신도 속시끄러워진다는 것을. 그리고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한다는 말이 뭔 말인지 뒤늦게  이렇게 알아간다.

딸아. 니가 고생이 많다. 

엄마의 억압된 곳을  비춰주고, 해결해주느라 피똥싸는구나ㅜㅜ

엄마 너 없는 곳에서 많이 울고, 많이 분노풀어내서 엄마 편안해질게.

그렇게 끝까지 엄마 포기하지않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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