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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심 May 19. 2021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탈퇴하겠습니다

프롤로그


새 직장에 들어온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딱 그만큼 글을 쓰지 못한 셈이다. 글을 쓰면 휴일이 통째로 증발될 위험이 있으므로 리스크를 없앴다. 평일과 주말은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 그것이 직장인의 특권 아니겠냐며 게으름을 부렸다. 그래도 이따금 개점휴업 상태인 계정에 들러 손님을 기다렸다. 방문자수는 고꾸라진 채로 바닥을 기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은 날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브런치 알림이 요란하게 울려댔다. 한참 업무를 보다가 핸드폰을 열면 알림 창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머선 일인고 알아보니 작년에 쓴 브런치 북 <여보, 우리 딩크할까?>가 브런치 메인에 걸려 있었다.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인 여성에게 브런치가 추천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우와!!! 다음 날 정해진 업데이트 일정에 맞춰 새로운 화면이 내걸릴 때까지 나는 행복을 만끽했다.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새 글을 써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다른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탄탄한 기획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만의 콘텐츠 만들기 작업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남의 기획안은 잘도 까온 나에게, 자기 객관화는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무엇을 기록하고 해석하고 싶은 걸까. 고민을 안고 일단 다시 발걸음을 내디뎌보기로 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보다 성실한 행동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느   혹은 어느  밤에 악령이 너의 가장 깊은 고독 속으로 살며시 찾아들어 이렇게 말한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네가 지금 살고 있고, 살아왔던 이 삶을 너는 다시 한번 살아야만 하고, 또 무수히 반복해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것이란 없으며, 모든 고통, 모든 쾌락, 모든 사상과 탄식, 네 삶에서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네게 다시 찾아올 것이다. 모든 것이 같은 차례와 순서로 - 나무들 사이의 이 거미와 달빛 그리고 이 순간과 바로 나 자신도.(중략)”

그대는 땅에 몸을 내던지며, 그렇게 말하는 악령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엄청난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너는 신이로다. 나는 이보다 더 신성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노라!”

그러한 생각이 그대를 지배하게 되면, 그것은 지금의 그대를 변화시킬 것이며, 아마도 분쇄시킬 것이다.

“너는 이 삶을 다시 한번 그리고 무수히 반복해서 다시 살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경우에 최대의 중량으로 그대의 행위 위에 얹힐 것이다. 이 최종적이고 영원한 확인과 봉인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대 자신과 그대의 삶을 만들어가야만 하는가?”

- 니체 <즐거운 학문> 중 ‘최대의 중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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