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는 해외 현지의 식재료만 쓴다
해외에서 나는 현지에 있는 식재료로
요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습관은 식재료 이해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식재료를 굳이 쓰지 않고도
한식 맛을 낼 수 있는 건 좋은 시도로
경험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최대한 외국 식자재를 써서 음식을 만든다.
현지 식재료로만 사용해서 한식을 만든다면
비슷하지만, 다른 맛이 나는 특별한 경험을 얻을 것이다.
이것은 응용 능력을 개발시켜 주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아마 창의력은 이런 능력을 익혔을 때
하나둘 나오는 것이 아닐지 싶다.
생전 처음 보는 소스를 먹어 보고,
그와 어울리는 재료를 조합하다 보면
음식 표현 능력이 저절로 업그레이드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치 연금술사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초 심화학습 과정이 분명하다.
사람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첫 순간은 ‘시각’이라고들 말하는데
시장에 가서 구경하고 장을 봐오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10여 년 요리를 전공했지만, 아직도 처음 보는 게 많다.
다채로운 색깔의 과일과 야채, 육류들은
첫 번째 시각적으로, 두 번째 냄새로 날 매료시킨다.
아직도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시장들은
내게 늘 배움의 원천이다.
깁밥 하나를 만들어도 한국에 있는 재료가 아닌
한국에 없는 재료를 쓰는 게 더 흥미롭다.
예를 들면 멕시코에서만 나오는 아열대 채소인 차요태를 쓴다던가
과일도 야채도 아닌 Plantain 플란틴(일종에 구워 먹는 바나나)을 이용해서 김밥을 만든다면 요리에 대한 스펙트럼을 늘릴수도 있다.
한식 맛이 나지만 다른 모양을 띠는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음식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낀다.
외국에 나갔을 때 고추장이 없어 파파야와 바나나 칠리 파우더,
병아리콩으로 만든 메주, 인디카를 갈아 만든 쌀죽을 넣어
발효시켜 먹었던 게 생각이 난다.
이것은 세상 아무 데도 없는 유일무이한 음식이었고,
내겐 더없는 행복과 소중한 추억을 안겨 주었다.
이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보는 것도 꽤 재밌다.
사실 나는 ‘맛’은 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맛없는 건 먹기 싫으니까, 사람의 본능이다.
하지만 나는 추억이 맛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외할머니가 해주신 된장국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나는 것처럼
혀로만 맛을 느끼기보다 오감을 사용해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
한식의 맛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의 음식을 받은 사람들은 단순 맛이 아닌 ‘정’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이러한 순간들이 반복되면
훗날 나도 언제 어디에 있는 간
한식을 기다리는 모든 사람에게
추억 하나를 선물하는 날이 올까? 오겠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아주 맛있고 따듯한 음식으로 말이다.
알록 달록 식자재 저장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