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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운주 Nov 10. 2022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

외모 자존감의 생채기


 언제부터가 성형, 다이어트, 바디 프로필 등 외모가 핫 이슈가 되었습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너무 높아져서일까요? 외모에 불만을 느끼고 겉모습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1년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의 통계에서 성형률 1위에 올랐는데, 이는 외모에 대한 만족감이 낮다는 걸 그림자처럼 암시하는 지표입니다.


 외모 자존감이 낮은 건 무엇 때문일까요?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캐시 박사에 의하면 외모 자존감은 아래의 네 가지로 형성됩니다.

1. 사회문화적 요인, 2. 대인관계 경험, 3. 외모, 4. 심리적 특성

 여기서 2번 대인관계 경험은 쉽게 말해 ‘외모 때문에 일어났고 경험한 일련의 사건들’인데, 대만 영화 '나는 살을 빼기로 결심했다'를 통해 이를 살펴보려 합니다.


 유치원 영양사인 주인공 ‘장잉주안’은 올해 서른 살 된 여성인데요. 별명이 '공룡 쌤'입니다. 영화 제목과 별칭에서 유추할 수 있듯 주인공은 비만이고, 그로 인해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실제로 장잉주안처럼 비만인 사람들은 외모 자존감을 위협하는 이야기에 익숙합니다. 

 아동청소년기에는 ‘돼지’, ‘저팔계’, ‘코끼리’ 등 부정적인 별칭이 붙고, 성인이 되어서도 은근한 시선이나 지적, 차별을 경험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외모 자존감에는 생채기가 납니다. 피부의 상처처럼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스크래치가 생기면 종내에는 흉터가 남아 거울 속 스스로에게 불만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비만인 사람들이 수치심, 열등감에 취약하고 외모 자존감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는 비만에 대한 낙인, 부정적인 대인관계 경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장잉주안에게는 아군이 있습니다. 또래 남성인 택배기사 ‘우’는 여타의 사람들과 태도가 다릅니다. 장잉주안을 바라보는 눈빛이 우호적인데, 뚱뚱하다고 해서 멸시하거나 비웃거나 멀리하지 않습니다. 우의 비판단적이고 안온한 모습은 장잉주안에게 작지만 큰 위안이 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영화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우의 실체인데, 장잉주안의 예상과 달리 우는 외모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어린시절 비만이었던 우는 ‘먹토’를 통해 체중을 관리한 것이었고, 이를 목도한 장잉주안은 충격에 휩싸입니다. 


 정신의학적으로 섭식장애의 유병률은 여성에서 훨씬 더 높습니다. 이는 체중과 외모에 대한 부담감이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높은 것과 관련 있는데, 실제로 심리학자 르네이 엥겔른에 의하면 여성이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남성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여성들은 외모를 관리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에 노출되고 이를 내재화하기 때문에 외모 자존감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남성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를 통해 알 수 있듯 남성이라고 해서 외모 자존감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피부로 와 닿진 않지만, 점점 더 많은 남성들이 체중과 외모를 신경 쓰는 추세이고, 미래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더 강해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껏 많은 여성들이 그래왔듯, 앞으로는 뭇 남성들이 외모 스트레스를 겪게 되리라는 다소 암울한 전망입니다. 

 ‘우’처럼 외모 자존감의 상처가 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외모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의 습관을 살펴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지만 과거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과거의 힘든 경험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외모 자존감이라는 목표 지점을 향해 꾸준히 나아갈 때 외모 자존감과 과거에 대한 뇌의 해석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말처럼 간단하진 않겠지만, 사소하지만 꾸준한 실천을 통해 외모 자존감의 생채기는 조금씩 아물어 갈 것입니다.





*본 칼럼은 그로로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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