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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풍 May 20. 2020

#10 태아 일기와 셀프 작명 – 아빠의 선물

엄마보다 세심한 아빠육아

밝음이의 존재를 확인한 뒤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 아빠로서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어 무엇이 좋을지 며칠간 혼자 고민한 적이 있다. 몇 가지 아이템이 생각났지만 말 그대로 오래도록 간직하며 아빠를 기억했으면 했기에 자연스럽게 아래의 두 가지로 의견이 좁혀졌다.


첫째는 태아 일기 쓰기! 초보 아빠였기에 조금이나마 고생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때부터 각종 육아서를 탐독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컬투 김태균의 ‘태교가 즐겁다’에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다. 김태균이 임신 48일째 태교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글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던 듯싶다. 마침 아내와의 연애로 방치 중이던 블로그에 나름의 방식으로 태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뱃속에 있는 아이와 관련된 소소한 이슈들을 기록한다는 게 역시나 쉽지 않았지만 두 아이가 태어난 날까지 무사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이 글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 선물하려고 계획을 잡고 있는데 아빠의 진심이 전해졌음 싶다. 사족을 붙이자면 시간이 흘러 아이들을 위한 이 글들이 가끔 아내와 나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되어주고 있으며 ‘아빠 육아’의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고 있음을 알아두었음 싶다.


둘째로는 아이 이름 셀프 작명하기! 이 아이디어는 밝음이(예진이)의 성별을 알고 나서 불연 듯 떠오른 생각이었는데 아빠가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은 생각 일뿐 태아 일기를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우선 내가 짓게 될 이름이 우리 집안 족보에 올라가게 될 것이므로 어른들의 허락이 필요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생각이 남김에 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해 의견을 여쭈었다. 다행히 양가 어르신 모두 좋은 생각이라며 조건부로 허락을 하셨다.


1. 이름은 3가지 이상 지을 것

2.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것


처음에는 ‘나를 못 믿어서 그러시는 건가’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셀프 작명을 위해 책을 구입하고 자료를 모아 공부를 할수록 역시 ‘어른들의 말씀은 새겨듣는 게 맞는구나’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유는 작명을 위해 공부해야 할 부분이 방대하고 전문적이어서 몇 달의 공부로는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였으며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하루가 불편하면 그만이지만 이름이 아이와 맞지 않으면 두고두고 아빠를 원망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가지고서 작명에 관한 책 ‘예쁜 이름 좋은 이름 1000’, ‘베이비 네이밍’등을 참고하여 나름의 기준으로 아이들 이름을 짓게 되었는데 요령은 아래와 같다.


1. 집에 돌림자를 사용하는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 다행히 우리 집은 돌림자를 사용하고 있으나 우리 대를 기점으로 실사용 이름과 다르게 지어도 됨을 허락하였다.


2. 이름에 사용할 수 없는 불용 한자를 확인해야 한다 – 이름에 사용하면 좋지 않다는 한자들인데 굳이 좋지 않다는 걸 이름에 쓸 이유는 없기 때문에 꼭 확인을 해야 한다.


3. 태명이 이름에 들어갔으면 싶었다. 예진이의 태명은 ‘밝음이’로 밝고 맑게 컸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었는데 이 의미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이름에 꼭 넣었으면 싶었다. 밝은 의미를 닮은 여러 한자를 비교한 뒤 ‘叡-밝을, 제주 예‘자를 선정하였다.


4. 예진이의 ‘진’은 예로 지을 수 있는 이름을 한번 모두 적어 봤다. 예지, 예빈, 예나, 예은 등등 그렇게 10가지 정도의 이름을 지은 뒤 양가 집안 식구들을 단톡 방에 모두 초대해서 투표에 붙여 얻게 된 이름이 ‘진’ 자이었다. 예승이의 ‘승’은 예진이의 이름과 연계하여 두 아이다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선택한 이름이었다.


5. 선택한 이름을 가지고 두 아이가 태어난 후 다음날 사주를 가지고 의뢰를 해서 최종 얻게 된 이름이 정예진 (鄭 叡 珍), 정예승 (鄭 叡 勝)이다.


작명소에 의뢰하여 간단히 이름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아빠의 조그만 노력으로 보다 많은 의미를 담아 두 아이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다. 장차 태어날 아이를 위해 위 두 가지의 멋진 선물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 셋째의 이름도 이미 지어 놓았다는 건 아내에게 비밀 – 정예나 (무조건 여자 아이여야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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