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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 모 Sep 18. 2023

생애 처음 경찰서에 가다

 편의점 뒤편  창고에 물건을  가지러 가고 있는데 옆에 있는 공원에 경찰차가 서있고 공원정자에  경찰과  여학생들이 무슨 얘긴가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

아~ 가슴이 두방망질  친다.

걸렸다.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삼십 분 전쯤에 덩치도 나보다 훨씬 크고 긴 머리에 귀걸이도 하고 누가 봐도 아가씨 같았는데 그래도 조금 미심쩍어  "학생 아니에요"   물으니  "아뇨"  했었다.

나도 차암 어이없는  것이 그럼 소주를 사는데  학생이냐 물으면 누가 그렇다 할까.

참 나란 사람  순발력도 없고 대범함도  없고

이런 성격으로 요즘 같은 세상에  무슨 장사를 하겠다고

요즘 학생들을  어찌 대응할 수 있을는지.

갸웃하면서  소주두병과  과자를 판 것이 문제였다.

벌벌 떨고 있는데 경찰과 학생이 들어온다.

공원에서  술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시민이 신고를 한 것이었다.

빼박 딱 걸렸으니 방금 전 사간걸 cctv와 영수증으로 확인하고 확인서에 사인을 해야 했다.

아뿔싸!!!  어떡하지....

본사 담당에게 정황을 물으니 처음이면  영업정지는 없고 벌금은 내야  할 거라 했다.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나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시작한 지 일 년 만에 겪은 정말 무서운 사건이었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문자가 왔다.

방문해서 조서를 받아야 한다고,

60살이 넘어 처음 가본 경찰서는 사람을 한없이 주눅 들게 하고 죄인으로  만들었다.

그래도 잔뜩 긴장한 내가 안쓰러웠는지 여경이 친절하고 편하게 잘 대해 주었다.

조서를 다 쓰고 벌금이 어느 정도 나올 거라면서 손님이 사십이든 오십 살이든 주민증 보여달라고 하라고 웃으면서 농담까지 건네주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편의점을 하면서 제일 많이 문제가 되고 조심해야 하는 게  술, 담배를 사려하는  미성년자들을 구분해서 찾아내는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여러 편의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뭔가 허점을  찾아내려 애쓴다고 한다.

많은 예후들이 있어서 항상 신경 쓰고 조심하지만 아차 하는 사이에 아이들의 수법에 말려들 때가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처음이라고 벌금 없이 경고로 끝난 해프닝이었지만 마음고생이라는 큰 수업료를  치르며 큰 산을 하나 더 넘은 것 같다.

술판매는  경고가 좀 약한 편이지만 담배의 경우는 한번 걸리면 타격이 훨씬 크다.

담배는 하루 매상의 절반정도가 되는데 한번 적발되면 두 달  영업정지와 범칙금과 본사벌금까지 더해져서 점주들이 굉장히 힘들어하는 예들이 많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이 신경 쓰고 철저히 주민증검사하는 걸 잊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지만 뛰는 편의점 위에 나는 청소년들이 있어서  슬기로운 편의점생활이라는 게  참으로 힘겹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

그렇게 청소년들이 여러 가지 방법들을 다 동원해서 술, 담배를 사고 먹어도 아이들한테는 경고만 할 뿐 아무 법적인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촉법소년들이 그 걸이용해 죄를  저지르듯 갖은 수법을 다해  술과 담배를 사려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벌칙이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그런 행동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이런 일들이 편의점을 하면서 제일 큰 고충 중의 하나 일 것이다.

또 한 고비를 넘으면서 오랫동안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이 대단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더 힘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뒤도 옆도 둘러보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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