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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Jan 23. 2024

1970-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 개론 강의 리뷰

독일 학생들에게 7080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강의하던 날.


원래 일정으로는 강연을 29일 (11학년) 및 30일 (10학년) 이렇게 이틀 동안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다음 주부터 학기가 바뀌는 관계로 시간표 변경이 불가피하다하여 30일에 예정되었던 발표를 오늘 당겨서 진행하였다. 어제 일정이 급하게 변경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급하게 PPT 및 텍스트 자료를 최종 점검하고 마무리하랴 어제 하루를 끼니도 거른 채 정신없이 보냈었다.


나는 왜 누가 시키지도 않은 대중음악 강연을 자청해서 추진하고 준비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7080년도의 대중음악의 역사와 다양한 레퍼토리들을 나만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아깝고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시대적 상황과 혹독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중음악은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시대상을 때로는 은유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반영하였다. 현대사의 어두운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하다가도 때로는 군부독재 역사의 흐름과는 별개로 지극히 섬세하고 시적인 표현들을 구현했던 우리 시대의 7080 대중음악.


이번 강연은 크게 70년대의 대중음악 역사와 80년대의 대중음악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데 우선 70년대 대중음악은 청년문화의 태동 및 포크송 운동과 유신체제 이후에 포크송이 개인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에서 어떻게 저항의 아이콘으로 재해석되고 변모했는지에 주목해서 준비했고, 80년대 대중음악은 검열의 측면보다는 각 음악장르들이 (댄스, 록, 발라드 등) 어떻게 탄생하고 뿌리를 내리고 발전했는지에 중점을 맞췄다.


7080 대중음악 레퍼토리 예시들을 준비하고 가사들을 옮겨 적고 분석작업을 통해 지금 시대의 노래에 비하면 덜 세련되고, 덜 정제됐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너무나 순수하고 삶을 관조적으로 보는듯하면서도 때로는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가사를 소리 내어 혹은 말없이 읽으면서 무언가 마음이 울컥해지고 아련해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더 나아가 7080 노래들의 가사를 읽고 옮겨 써내려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이 아름다운 가사들을 학생들과 하루빨리 공유하고 싶고 (물론 영어로 번역을 해야 하는 수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피드백이 너무나 궁금하였다.


사실 1970년대 및 1980년대라는 시간대는 학생들에게는 먼옛날과도 같은 시대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은 현재의 K Pop 문화에 훨씬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과거 7080의 관점과 현재의 K Pop이 어떤 맥락에서 연결되고 관련성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했다.


발표가 끝난 후 음악선생님의 질문 또한 이러한 맥락과도 맞닿았었다. 7080 시대의 유명했던 노래들이 과연 현재 이 시점에도 여전히 대중화돼있고 다양한 장소에서 불려지고 있는지 질문하였으며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서 7080의 주요 레퍼토리들을 배우고 있는지 궁금해하셨다.  즉 7080의 노래가 사회문화적. 교육적 가치가 현재에도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번 발표준비를 통해 깨달은 것은 아무리 과거 시대의 음악 역사 혹은 음악 현상을 연구한다 할지라도 반드시 현재의 관점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노래가 어떤 역할을 하면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 앞으로 연구활동을 하면서도 계속 염두에 두어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발표가 끝난 후 음악 선생님의 피드백: 발표의 내용과 구조는 매우 훌륭했으나 아이들 수준에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평가. 본인이 느끼기에는 대학 강의 수준으로 느껴졌단다. 사실 예전에 연구발표를 진행했을 때는 코멘트와 피드백에 대해 막연히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오히려 피드백을 통해 지난 연구발표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


그러나 7080 노래 레퍼토리들을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노래로 들려준 시도는 매우 좋았단다. (실제로 내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침이슬, 행복의 나라로, 내 마음속에 비친 내 모습, 그대 내 품에, 이렇게 총 4곡을 라이브 연주로 학생들에게 들려줬었다.) 이상하게 오늘의 라이브 연주는 긴장이 하나도 안되었고 내가 생각하기에 오히려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았다.


#2 차강연도파이팅 #일 벌이기 좋아하는 나란 사람 #대중음악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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