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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니바람 Mar 25. 2020

부추 성장기

<키워서 먹어요>

3월 9일 다이소에서 구입한 바질과 부추 씨앗을 심었다. 

작년에 논문을 쓰면서 바질을 키워서 한참 잎을 수확해 바질페스토를 만들어 먹었다. 

그 기억이 좋아서 다시 한 번 만들어보려고 도전했다. 

부추는 부추전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바질 씨앗 옆에 있길래 시도. 


바질은 거의 8~9일만에 씨앗에서 뭔가가 나오기는 했지만 곰팡이와 함께 자라는 바람에 성장을 멈추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추는 18일 새로운 싹을 초록초록하게 틔었다. 



3.18 / 얼핏 본 화분에 두 개의 초록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곰팡이가 핀 바질 씨앗에 신경을 쓰느라 보지 않았던 부추 화분에서 싹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으아. 부추는 살았어. 이런 느낌이랄까. 


2겹으로 된 싹이 나왔다. 신기했다. 


3.19 / 3월 9일 처음 부추를 심고, 흙이 말라보이면 물을 주고, 유일하게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하루 종일 놓아주었다. 그런데도 싹이 나지 않길래 뭔가를 잘못했나 걱정했다. 


싹이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순탄했다. 추가적으로 3개의 싹이 더 나왔다. 5개를 심었다고 기억하고 있는 나는 모두 틔어냈다는 사실에 감동. 


3.20 / 그런데 다음날 놀랍게도 하나가 더 나왔다. 왜지? 난 5개 심은 것 같았는데. 하나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웃겼다. 어디서 왔니 너는. 







3.21 / 또 다음날. 하나가 더 났다. 제일 작은 싹이 새롭게 등장. 도대체 왜. 내가 7개를 심었나. 어쨌든 계속 뭐가 나왔고, 모든 싹은 2겹으로 되어 있었다. 2중의 겹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부추를 처음 키워보는 거라 신기했다.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3.22 / 궁금증은 바로 다음날 아침 해결되었다. 벌어지면서 한쪽이 하늘을 향하기 시작했다. 뭐지 이 기묘한 생명체는. 최근에 킹덤2에서 본 기생충 같기도 하고, 영화 연가시에 나왔던 그 연가시 같기도 하고. 먹으려고 키우는 부추였는데. 약간 무서워보였다.

한쪽이 영양분을 덜 받는지 시들어 가는 것 같기도 하고. 부추는 이렇게 한 발을 땅에 두고, 한 발을 들어올리는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3.23 / 대부분의 싹이 일자로 바로서기 시작했다. 힘이 너무 없어서 잡아주고 싶은 마음. 슈퍼에서 본 부추는 참 튼실하던데. 아직 자라고 있는 아기 부추라 그런지 곧 무릎이 꺾일 것만 같다. 성장속도가 어마무시하게 빠르다. 


아침마다 확인하는데 매번 놀란다. 이렇게 키우기 쉬운 거였다니. 다이소 씨앗이 나쁘지 않구나 이런 느낌. 

3.24 / 하나의 싹을 제외하면 모두 한 발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유난히도 작은 싹 하나는 아직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다. 넌 언제 자랄거니. 


그런데 모든 싹들의 끝부분이 시든 것 처럼 되어 있다. 왜 끝까지 푸르르지 못한건지. 약간 아쉽다. 조금 더 자라면 괜찮아지는 걸까. 바람을 쐬어주기 위해 창에 두었다. 


3.25 / 오늘 아침의 모습. 더 많이 펴졌다. 일자가 확실히 되려나보다. 아직 몸을 다 펴지 않은 싹 하나는 요지부동이다. 내가 뭘 잘못했나. 


분명히 같은 토양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키우는데. 저마다의 성장이 다른 이유는 뭘까. 식물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하긴, 다 똑같이 자란다면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언제 많이 자라서 부추전을 해먹을 수 있을까?

키워서 잡아먹기. 

나는야 최상위 포식자. 

미안 부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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