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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라 May 07. 2023

시골 사는 워커홀릭

원래는
서울 찬양자였습니다만..


사촌 오빠는 서울에 도저히 못살겠다며 고향으로 내려갔다.

"아니 왜? 서울이 얼마나 좋은데? 이렇게 누릴 게 많고, 재밌는 게 천지인데 왜?"

 unsplash 출처

이해가 안 됐다. 이 시끌벅적한 서울이 얼마나 좋은디! 매연이 심해도, 지하철이 미어터져도, 힙한 카페, 맛집들, 서점, 공연 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데. 서울에 뼈를 묻을 기세였다.


자존감 낙하와 함께 찾아온
서울 기피증


역시 놀때가 제일 좋았던게 맞다. 취업을 하고 나니 얼굴색이 흑색이 됐다. 스트레스에 점점 위축되고, 자신감과 자존감도 콩알만 해졌다. 그렇게 생기로운 서울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있었다. 

'사촌오빠한테 너무 질타를 날렸네'


마음이 힘드니, 보이는 세상도 핵노잼. 참다참다 결국 27살 때부터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됐다. 으 도시는 너무 팍팍해! 


이젠 시골에 온 지 8년 차


가끔 테라스에 나와 일하면 정말 좋아용..

시골에 오니 모든게 평화로웠다. 아니다. 사실 처음엔 경치만 평화로웠다고 고백한다.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 프리랜서로 뭐든 해먹고 살겠다는 의지와 함께 결국 워커홀릭이 되었다. 8년 차가 되니 이제서야 평화로움을 간간히 읽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투철한 생존 본능을 놓치지 않고 있다. 컴퓨터 앞에 10시간 이상 앉아있는 날도 많다. 서울 살았을 때보다 업무 강도는 3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서울에서 안 살기 다행이야!
안구 정화 하세요 :) 

이 곳은 배달 불가 지역. 전철역에서 10분 정도 차타고 들어오는 시골이다. 저녁만 되면 치킨도 땡기고, 엄청 매운 닭발도 땡긴다. 근데 없다. 그래서 자급자족마냥 아쉬운대로 만들어 먹는다. 시골에 살려면 손이 가는게 훨씬 많다. 하지만, 시골의 산뜻함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 


이 잔잔한 시골에서 나의 집은 매일이 클럽이다. 하우스, 퐁크(빠르고 하드한 일렉트로닉) 같은 전자음악을 들으며 춤을 춘다. 자연을 벗삼아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일요일 오전엔 보사노바와 재즈로 느긋함을 즐긴다.


시골의 매력은 그 자체에 있지 않은 걸 깨달았다. 결국, 내 생활을 내가 만들어 가는거고,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하나만은 분명하다. 자연이 있어서, 내가 좀 더 쉬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거. 서울이었다면, 일하는 기계였다가 벌써 고장이 났을 거다. 

 


지난 8년간 워커홀릭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쇼핑도, 책도 아니었다. 꽃 한 송이, 화분 하나, 나무 밑 그늘같은 작은 자연부터 넓은 바다와 산, 광활한 자연으로 치유받았다.

전쟁 같은 업무 속에서도, 문을 나서면 숨통 트이는 자연이 있어서 버티고, 견디고, 해낼 수 있었다. 

화분에 물도 주고, 창밖의 산도 멍하니 쳐다보며, 여기저기 산과 바다를 누비고 다시 데스크에 앉을 때, 열심히 또 해보자는 열정이 솟아난다. 스트레스는 자연을 보며 푸는게 제일이다.
그러면 모두 자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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