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 3] 예약 일정 신청과의 사투... 유혹에 넘어가버린 우리
신청서만 작성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대한 상세하게 기입한 신청서를 가지고 ‘직접' 접수를 하여 비자 발급 센터에서 확인을 거친 후에야, 그리고 승인이 나야만 비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3일 가량 헤매고 헤맨 끝에 겨우 작성을 끝내고 한시름 놓나 했지만 제일 마지막에 발견한 예약 일정 신청은 머리속을 하얗게 만들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4월 4일 한밤의 대혼란. 화산처럼 터진 머릿속 혼돈은 용암이 분출하듯 심야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비자 발급 센터는 지역별로 부산, 광주, 서울 및 제주 등에 있었고, 대구와 가장 가까운 부산의 센터에 방문 일정 예약을 시도했지만.. 우리가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을 해야하는 19일 이전의 모든 날짜에 이미 예약이 잡혀있었던 것이었습니다. 19일 출국이라면 적어도 18일까지는 비자를 소지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법적으로 중국에 방물할 수 있는 자격이 얻어지니까 말이죠.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는데, 이 당연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자 신청 예약이 출국 전 그 어느 날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마주할 때의 그 심정이란..! 그때부터 우리는 멘탈이 와르르 분자단위로 쪼개지는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심지어 머릿속 핵폭발을 느끼는 그 순간엔 참가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그곳에서 판매할 다양한 상품들을 정신없이 포장하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바쁨과 정신없음이 아무 의미 없는 상황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대략 새벽 네 시까지의 시간 동안 이미 홈페이지상에 저장한 신청서를 불러오기를 반복하며 부산을 제외한 광주, 제주, 서울의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때부턴 ‘대구와 가장 가까운 도시'라는 조건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죠. 어디라도 가능한 곳이 있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도시도 다음주에 가능한 곳이 없었습니다. 비자 신청 및 승인 과정이 3~4일 정도 소요되는 일반 비자 신청을 생각하면 다음주에는 방문 해야만 했기 때문이죠. 물론 하루 혹은 이틀 소요되는 급행/특급 절차도 있긴 했지만 앞서 언급했든 일반이든 특급이든 이것은 방문 예약을 했을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지금 이것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정말 ‘이번주 로또 1등이 되면 뭐하지..?’와 같은 상상일 뿐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어느 곳이든 예약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쉴 새 없이 페이지를 새로고침을 반복하던 우리는 마침내 예약이 가능한, 그것도 2명 모두 가능한 곳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13일 제주 센터에서 말이죠. 하지만 벼랑 끝에서 샘솟은 우리의 작은, 아니 커다란 욕심은 더욱 더 깊은 혼돈의 늪으로 스스로를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예의 그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이라는 우리를 유혹하는 조건에 넘어가버리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