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첫째 날 - 2] 신간을 발간하지 못한 죄
하지만 방문객들은 작년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드문드문 오가는 손님들만 있을 뿐 우리 부스에 직접 와 책을 펼쳐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려는 분들이 작년과 비교해 훨씬 적은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매대의 주목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객관적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관람객분들이 어디가 어떤 새로운 것이 있고, 그 외에는 이미 모두 소개한 적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실까 하다가도 ‘아, 책마을이라는 공간에 오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깨달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저는 하나하나 어떤 게 신간인지, 어떤 게 새로 만든 상품인지 세세하게는 모를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큰 틀이나 구성은 명확하게 알고 계실 서울국제도서전 책마을의 관람객분들을 속이려 했는 것인지도 몰랐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내세워 존재하지 않은 신선한 새로움을 감추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지요. 그런 의미에서 큰 반성을 합니다. 1~2년 안에도 크게 바뀌는 출판 시장 트렌드를 ‘독립출판’이라는 타이틀을 방패 삼아 모른척하고 심지어는 신간 발간에 게을렀던 것이지요. 독자분들의 관심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그들의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킬 만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러한 무관심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린 구석진 자리에 앉아 방문객이 뜸하다고 우는 소리를 할 자격이 없습니다. 새로운 책을 만들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우선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의 행사 일정을 보내고자 합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원죄(신간을 발간하지 못한 죄)를 가지고 있는 한 인간이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