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둘째 날 - 2]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 및 해결
크게 그룹을 나눠보자면 앞의 글과 같습니다. 안타까운 건 설명한 위의 각각의 유형을 모두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벼운 인사 정도만 나눈다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지금과 같이 방문객이 뜸해 한산한 매대 사이사이를 구경이라도 할 요량으로 돌아다닌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저 또한 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팀의 부스를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저 도서전을 방문한 독서 인구 중 한 명이면 아무 상관없지만 고스트북스라는 출판사와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인사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반가운 마음은 진심입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분과 어느 정도로 친한 사이였는지, 가령 그저 격식 있는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지 아니면 허물없이 가벼운 농담과 함께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였는지 또 아니면 제 특유의 쓸데없는 헛소리를 늘어놔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사이였는지 의문이 생겨 눈앞의 책에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종종 북페어를 통해 안면을 트고, SNS를 통해 혹은 이메일을 통해 안부인사를 주고받기는 해도 일상의 많은 시간을 지나다 보면 얇게 이어져있던 끈이 끊어진 건 아닌지, 혹은 애초에 끈이란 게 없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어색함을 이겨내기 위해 제가 늘어놓는 형체 없는 헛소리를 꺼려하는 관계인지 아닌지 미리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혹은 반대로 실없는 소리를 쉴 새 없이 떠들며 부끄러워하는 것 없는 것처럼 행동하던 저였는데 갑자기 격식을 차리고 안부 인사를 한다면 원래 없던 벽이 높게 생겨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부담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쪽 독립출판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대부분 마음씨가 넓기 때문에 제 헷갈리는 태도를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시곤 합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인사'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쩌면 정말 노트를 만들어 독립출판 지인분들과 관련한 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