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을 쓰고, 나에게 돌아온다

못난 마음의 기록

by 오르

일기를 쓴다. 주로 아침에 쓰는데 못난 마음을 쏟아내는 일이 잦다. 말로 털어놓으면 나의 쪼잔함이 만천하에 드러날 게 분명하고, 꾹꾹 눌러 담고 있으면 속이 문드러질 것 같아서 마구 쓴다. 행여라도 남이 본다면 나의 사회적 위상에 해가 될 글, 나조차도 다시 보기에 민망한 글. 황희 정승처럼 "허허, 당신이 옳소. 하하, 당신 말도 맞구려!"라며 모든 이를 넉넉히 품으면 좋으련만, 한낱 미물인 난 그러하지 못하다. 일기를 쓸 때만큼은 아닌 척, 괜찮은 척하지 않다 보니 글 안에서 나는 자주 서운한 사람이 되고 만다.


지난 며칠,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이들에게 티 안 나게 뾰로통해 있었다. 일기 속 단어들도 죄다 못났다. 나로선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글로 토해낸 날, 자갈처럼 서걱거리는 글이 내게 말했다. "이건 너한테만 중요한 거야. 네 생각과 판단은 네 세상에서만 주인공인 거야. 그들은 너와 다르다고."


사람은 자기 안에서 쉽게 정의롭다. 내겐 늘 마땅한 이유가 있고, 상대는 늘 잘못이 있다. 흥부전에서 주인공인 흥부는 그저 착하고 놀부는 아주 못됐듯이. 뒤틀린 마음은 이렇게 툭 튀어나온다. "난 00가 싫어!" 감정은 빠르고 단정적이다. 그 속에는 내가 해결하지 못한 상처와 문제가 숨어있다. 겉으로는 한없이 바른데 말과 행동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거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일관성이 없이 제멋대로라거나, 성실하지 못하다거나, 입이 거칠고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내가 이러한 면에서 온전하다면 다른 이들의 모습에 불편할 까닭이 없다. 여전히 위선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게으르고 무례한 못난이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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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서 엄마, 글쓰기 선생. 일과 가정.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고민해 온 여정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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