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동하는아저씨 Jul 20. 2020

명심! 안심하는 순간 힘들어진다.

빡센 일주일을 해내고, 달콤한 늦잠과 함께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비도 오고,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자식들을 데리고 놀러 나가기도 무섭다. 해서 오늘의 일정은 집에서 방콕이다. 먼저 일어난 두 아들은 언제나 한 결 같이 신나 있고 오늘 하루 목적이 없는 나는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손가락으로 전달해 TV, 핸드폰 누르는 거에만 집중했다. 한 시간을 꿈쩍하지 않고 누워있었더니 정신이 몽롱해졌다. 다시 잠이 들려고 하는 찰나에 와이프가 일어나고, 눈을 뜸과 동시에 자식들 배고플까 밥걱정부터 한다.     


“여보 어제 미역국 봉지에 얼려놓은 거 꺼내 놨으니까 가위로 잘라서 애들 밥 주라.”    


“어”    

  

비몽사몽 대접에 봉지 쌓인 미역국을 들어 올린다. 무슨 정신이었는지 봉지 대가리를 잡아 아무 생각 없이 톡 하고 잘라버렸다. 아.. ㅈ됐다. 싱크대 주변과 바닥에 시원하게 엎어 버렸다.     


“여보! 다 흘려버렸다. 우짜노?”    


“아 진짜. 니 생각이 있나 없나? 내가 왜 대접에 넣어 놨겠노?”    

  

맞다. 난 비몽사몽 생각이 없었다. 아이들 먹일 생각에 정성스레 찬을 준비한 와이프에게 미안했다. 동시에 멍청했던 나 자신에게 짜증이 밀려와 묵언을 하며 주섬주섬 바닥을 닦았다. 주부 9단 와이프는 툴툴거리면서도 단 시간에 한상 차림을 뚝딱 만들어내고, 전쟁 같은 식사를 간신히 마쳤다. 피로가 몰려온 와이프는 침실로 휴식을 하러 들어갔다. 그제야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쾌적한 환경을 위해 착하고 똑똑한 ‘로봇청소기’를 가동했다. 로봇에게 청소를 기고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가만히 잘 놀던 두 아들이 말한다.    


“아빠 무슨 냄새나는데?”    


“응? 아빠는 모르겠는데?”    


“아니야 진짜 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 아들 말을 흘려 넘겼다. 몇 초 후, 와이프가 고성을 지른다.     


“꺄아!!!!!”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벌떡 일어나 침실로 달려갔다. 아.. ㅈ됐다. 로봇청소기가 하루(강아지) 똥을 먹어버리고 방바닥 여기저기 똥칠을 해놓은 것이다. 집안 곳곳 하루의 똥 내음으로 가득했고 로봇청소기는 말할 것도 없다. 똥 샤워를 했다. 죄인이 된 것 마냥 또다시 묵언에 들어가고, 묵묵히 바닥에 똥을 닦아 냈다. 그리고 로봇청소기는 샤워장에 들고 들어가 나사 하나하나 풀어 분리하여 사이사이 묻어있는 똥을 분노의 칫솔질로 닦아댔다. 이제 마무리 단계, 다시 조립을 해야 했다. 그런데 풀어놓았던 나사가 보이지 않는다. 아.. ㅈ됐다. 와이프가 말했다.    

“니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응.”    

  



안심하는 순간 사고는 일어난다.


오늘 하루 되는 게 없다. 씁..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에 글을 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