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동하는아저씨 Aug 13. 2020

오늘부터 난 체조부.

현재 운동부 시스템은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육성하자는 정책으로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학과 수업을 다 받아야만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유년시절 운동부 시스템은 확연히 달랐다. 운동부 소속인 학생은 오전 4교시(4시간)까지만 수업을 받았고, 공부는 못해도 한 가지 특기를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운동부만의 특혜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엔 정책이었고 관행이었다.     

  



4교시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체조장으로 달려갔다. 그땐 기계체조라는 종목이 생소했기에 체조장에 있는 각종 운동기구들이 마치 놀이기구처럼 보였다. 자유이용권을 끈은 것 마냥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기구에 매달려도 보았다. 그러던 중 코치 선생님과 기존 체조 부원 선배들, 신입선수들까지 차례차례 왔다. 기존 체조 부원 선배들은 신입인 우리와는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똥 씹은 표정이랄까. ‘왜 다들 하나 같이 찌푸린 표정을 하고 있지?’ 알 수 없었다.     


“자 신입생들 집합! 오늘은 체조부에 들어온지 첫날이니 여기 앉아서 구경만 한다. 알겠나?”

역시 코치 선생님은 노련했다. 넘치는 에너지를 절제시키며 반대로 의욕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고, 나는 버러 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선수들은 마치 탱탱 볼처럼 이리 튀고 저리 튄다. 그리곤 하늘 높이 날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깔끔한 착지까지, 멋졌다. 꿈속에서만 날아봤지, 그 꿈이 실제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지? 나도 할 수 있을까?’ 선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에 감탄사가 입 밖으로 밀려나오며 아드레날린이 온몸 구석구석 휘젓고 다닌다. 황홀했다. 그뿐인가, 선수들은 몸도 하나같이 아름답다. 큼직큼직 우락부락한 근육이 아닌, 아주 섬세한 잔 근육들로 가득했다. 체조를 하면 선배 선수들처럼 멋쟁이가 될 수 있겠구나 하며 어깨춤이 절로 났다. 빨리 해 보고 싶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선수들이 왜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했는지 조금은 알 거 같았다. 보는 우린 즐거웠지만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당사자들은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 이 형들도 힘들 긴 하구나’그렇지만 몸소 체험하지 못해 본 신입은, 선수들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아름다운 동작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고된 훈련을 버텨왔을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우린 아직 새싹이다.     

  

종목 이동시간, 저 멀리 앉아 구경하고 있는 나에게 선배 한 명이 다가온다.    


“신입생이가? 귀엽네 체조하려고?

나는 선배의 질문은 들리지 않고 시선은 이미 몸을 향해 있었다.     


“어!? 행님 몸 진짜 멋지네, 한번 만져 봐도 되나?”    


“어.. 그래 팔 한번 만져봐라.”

선배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우와! 돌이네 돌”    


“니도 열심히 하면 행님처럼 이렇게 된다.”    

  

처음엔 간식의 유혹이 1순위로 마음을 움직이게 했지만, 당당한 선배의 모습, 멋진 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도 한몫했다. 이렇게 첫날 체조 부원들의 훈련 구경을 끝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등교한다.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위해서다. 쉬는 시간마다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곤 이리저리 소문을 낸다. 야~ 내 오늘부터 체조부다. 까불지 마라. 학교 친구들은 자랑하는 내가 재수 없을 만도 한데, 체조가 뭔지도 모르면서 뭐 대단한 건가 싶어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이렇게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체조 부원에 일원이 되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야 나도 체조부 하면 안 되나?”    


“어 니는 안 된다. 아무나 못 들어간다.”

작가의 이전글 '파이어 에그' 친구와 휘날렸던 추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