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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May 05. 2019

짐톤슨 하우스에 가보지 않았다면

가봐야 비로소 닿게되는 이야기

벌써 2년전 일이다. 우리 부부는 각자의 일을 그만두고 동시에 쉬게 되었다. 5월에 결혼을 해서 마침 결혼2주년을 맞이하던 참이었다. 결혼 준비를 하며 긁었던 카드 포인트를 항공사의 마일리지로 전환하여 방콕 여행을 떠났다. 특별히 좋은 여행이었다. 홀가분한 마음의 컨디션이 ‘방콕’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흠뻑 받아들이게 했다. 어떤 작물이든 비옥하게 자라게 하여, 먹을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그 땅의 사람들처럼.


태국의 매력에 일찌감치 눈을 떠서 방콕에 자리 잡았던 이방인 ‘짐톤슨’. 그의 이름은 방콕 여행 준비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방콕 여행 기념 선물로 면세점에서 사면 좋다”, “방콕에 아울렛이 있어 싸게 살 수 있다.”와 같은 추천사와 후기가 잔뜩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Jim Thompson>은 ‘태국의 마리메꼬’와 같은 브랜드이다. (출처 없이 칭하는 비유다.) 패브릭 생산물이 주를 이루는 브랜드.


이 브랜드 스토리의 재미있는 점은 창업주인 짐톤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태국 사람들의 훌륭한 실크산업 기술을 컬러풀한 디자인에 접목시켜 부흥하고자 애썼던 그는 홀연히 사라졌고, 아직도 그 미스터리는 밝혀지지 않았단다. ‘이민’의 개념이 잘 서지도 않았을 1900년대 초, 타국의 이방인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브랜드는 그가 살던 집을 관광자원으로 공개한다. ‘방콕의 가볼만한 곳’으로 어김없이 뜨고, 깊게 경험한 관광객은 잔뜩 제품을 사들기 마련이다. (엄청난 마케팅이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머릿속에 진한 기억과 인상을 남긴다. ‘깊은 침투’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공감각적 체험으로 제공하면 어떤가. 침투에서 끝나지 않고 ‘각인’될 수 있다. <짐톤슨 하우스>에서 느낀 초록의 무성한 나무와 적색의 삐걱거리던 가옥의 이미지는 방콕 여행의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기억은 짐톤슨의 스카프나 가방, 지갑, 옷가지 등 기념품으로 사온 제품을 쓸 때마다 슬며시 연상된다. 습하고 푸르렀던 짐톤슨 하우스에서의 공감각적 경험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미스터 션사인> 극중 인물 ‘김의성’은 “무용한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말했다. <글자풍경>의 저자 유지원님은 책의 57페이지에서 ‘디자인의 역사는 아름다움이 쓸모와 관계를 맺어온 역사’라 말했다. 유무용성의 판단은 개인의 삶에서 각각 다르게 작용하겠지만, 인간은 본디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그것을 추구할 때, 얼마쯤 유용성 생각한다.


‘짐톤슨 하우스’는 구석구석 아름다웠다. 그 공간을 전시재로 활용하는 무용성은 경험한 이들에게 깊게 작용한다. “방콕에 가면 그런데가 있대.”정도로는 전달되지 않는 축축한 감동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 경험은 “그 사람 매력적이네, 사랑에 빠질만 하다.”와 “그 사람과 사랑에 빠졌어.”가 완전히 다른 감각과 완전히 다른 경험인 것과 같다. 그러니 그 아름다움은 완전히 유용한 경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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