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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Sep 16. 2019

오늘 뭐 먹지?

우리가 먹으면서 먹는 얘기를 또 한다는 것

추석 연휴, 식구(食口)들과 내내 붙어지냈다. 한 집안에서 끼니를 함께 먹는 사람들답게 아침에 눈 떠서 잠이 들기까지 무엇을 먹을지가 최대 화두였다. 바닷마을 귀향하신 부모님 덕에 해산물 먹거리가 유난히 풍성했고, 깻잎쌈 먹고 싶다하면 텃밭에서 따서 차려졌다.


TV쇼 <삼시세끼>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며 힐링한다고들 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본연의 욕구인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정성을 담고 마주하는 태도와 시간. 내겐 시댁과 친정, 양가 모두에 실재하는 풍경이다.

올 추석에는 구워먹고, 쩌먹고, 튀겨 먹으며 새우 잔치를 벌였다.



어느 비오는 밤 술자리라도 한판 벌어지고 나면 비 온 후 대나무 자라듯, 선배후배 관계를 넘어 형님동생이나 부모자식 관계를 방불케 하는 끈끈한 관계들이 사방에서 쑥쑥 자라나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 그렇게 친해진 후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누느냐.

대부분 먹는 얘기다. 먹고 싶은 음식 얘기, 옛날에 먹었던 음식 얘기, 맛있는 음식 파는 집 얘기, 맛있는 음식 만드는 레시피 얘기, 외국 여행 가서 먹었던 신기한 음식 얘기 등등 다들 갈고닦은 언어 감각을 총동원하여 먹는 얘기에 집중한다.





나는 사람들을 가장 소박한 기쁨으로 결합시키는 요소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놓고 둘러앉았을 때의 잔잔한 흥분과 쾌감, 서로 먹기를 권하는 몸짓을 할 때의 활기찬 연대감, 음식을 맛보고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의 무한한 희열. 나는 그보다 아름다운 광경과 그 보다 따뜻한 공감은 상상할 수 없다.





모든 음식의 맛 속에는 사람과 기억이 숨어 있다.


- 권여선 음식 산문집 <오늘 뭐 먹지> 중에서.



우리집 가훈 “밥 함께 먹자.”

결혼할 때, 축사를 맡았던 친정 아빠는 평생 가훈으로 “밥 함께 먹자.”라는 문장을 선사하셨다. 우리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던 그 메시지를 우리 부부는 생의 여정에 북극성 삼고있다.

아빠 특유의 위트가 빛을 발했던 결혼식 축사의 순간



안재식당 <밥함께먹자> 프로젝트

10년 연애를 하는 동안 “오늘 뭐 먹지?”는 우리를 결속시켜준 중요한 화두였다. 맛집을 찾아 헤매고 걸었던 시간, 먹으며 쌓아올린 이야기, 충실하게 살찌웠던 추억.


이전에 “뭐 먹지?”라는 말걸기 물음표로 결속되었던 관계는 “먹자!”느낌표로 맺어지며 더욱 단단해졌다. 그리고 우리의 결속력은 <안재식당> 오픈과 함께 한 발 더 나아가 청유형에 이른다.


매월 첫째 & 셋째 금요일, 제철 재료와 안선생 구상 특별 메뉴로 차려지는 예약제 저녁 만찬.


결혼하고 신혼집 작은 부엌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밥을 차리며, 2인 가족의 한계로 ‘차려도 먹을 사람 없어서’ 못했던 음식을 나누는 기쁨을 누렸었다. 그래서 한 때, “쉐어디너”라는 컨셉의 객 접대 프로그램을 구상해볼까 했는데 식당을 오픈하고 비슷하게 꿈을 실천하는 중이다.


예약과 공지는 #안재식당 인스타그램에서

https://instagram.com/anjae_sikdang


후기와 사진은 네이버포스트에서

http://naver.me/FfmBG7TY










자, 그럼 여러분.

“오늘 뭐 먹지?” 질문에 ”밥 함께 먹자!” 답하며, 먹으면서 또 먹는 얘기 나눠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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