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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Jul 17. 2022

24절기 - 소만 | 죽순 들깨밥

작은 초록이 가득 차고 대나무 잎이 누래지는, 소만 (小滿)


작은 것들이 가득히 차오르는 5월의 중기. 양력으로 5월 21일경 소만(小滿)이다. 봄절기에 만들어진 열매가 작게 맺혀 드러나는 절기로 자기 열매를 잘 키우기 위해 잎을 키우는 시기라고 한다. 하늘을 올려다 볼 때, 아기 손을 닮은 초록 잎들이 뻗어 나아가는 모습을 자주 만나는 계절.



푸르름이 가득 차오르는 때라는 점이 해마다 계절의 복판에서 감동이다. 감나무, 대추나무, 밤나무 등 과실이 달리는 나무들이 꽃을 피우는 시기도 이 때이다.

우리는 이 맘 때,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 여행을 했다. (*우리 결혼 기록 https://brunch.co.kr/@anjae/24) '오월의 신부'라는 대명사가 괜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의 과실을 맺기 위해 꽃을 피우는 때라는 점이 딱 어울린다.






한 편, 온 천지가 초록으로 가득 차오르는데 대나무만큼은 푸른 빛을 잃고 누렇게 변하는 가을을 맞는다. 새로 솟는 죽순에게 자기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기 때문이다. 마치 새끼의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어미의 사랑과 같은 자연의 순리다. 봄볕 아래 누래진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 그러니까 '대나무의 가을'이라고 일컫는단다.


죽추를 뚫고 순리에 따라 만나는 죽순은 땅의 기운을 뚫고 솟아오르는 생명력이다. 밀양 안재본가에 계신 어머니는 산에서 죽순을 캐다가 삶아서 껍질을 벗기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계절을 챙겨서 보내 주신다.


수향미로 지은 향긋한 쌀밥에 얹어진 고소한 들깨 소스와 그에 버무려진 햇죽순의 식감은 봄날의 햇살같다. 무엇이든 시작할  있을  같은 양기를 든든하게 충전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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