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바다 Dec 28. 2019

『그림책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영원한 이별'

그림책 서평

카이 뤼프트너 글 | 카트야 게르만 그림 | 유혜자 역 | 봄나무 | 2014년 02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에게는 슬픔을 극복하는 중재의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이라는 부정적인 사건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해서 정신적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부모의 죽음에 직면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슬픔의 과정을 마무리 짓는 것이 남겨진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유치원생인 에곤은 2주 전, 몇 년 동안 병으로 고생하던 아빠와 영원히 이별했다. 세상은 그대로지만 에곤의 모든 것은 달라졌다. 아빠와 함께한 사진 속에서 항상 에곤을 향해 웃어주던 엄마는 이제 슬픔에 빠져 무표정하다. 에곤 역시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이다. 엄마와 아이에게 아빠를 잃은 슬픔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혼란스럽지만, 누구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어른들은 슬픔에 빠진 에곤을 웃기려고 하는데 어설픈 위로는 에곤을 당황스럽게 한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소외감은 오히려 아래로 뚝 떨어지는 것만 같은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남은 이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외면하거나 방치하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에곤에게 필요한 것은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한마디면 충분해요. 우리 아빠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말하면 돼요.” 아이가 담담히 내뱉는 한 마디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어설픈 위로 보다는 그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는 것이 이들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다. 말없이 놀이터 한 구석에서 에곤을 바라보던 친구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혼자 있는 에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아빠와 만든 소중한 연을 함께 날리러 언덕으로 간다. 단순하지만 배려있는 친구의 모습에서 진정한 위로란 어떤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항상 무표정하던 엄마와 에곤은 하늘 높이 아빠의 빨간 연을 날리면서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빠의 부재를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빠는 더 이상 곁에 없지만, 나 자신이 아빠의 일부이며 곧 아빠라고 말하는 에곤은 이제 슬픔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믿음을 갖는다.

아빠의 죽음에 대한 슬픈 이야기지만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 덕분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채색의 옷을 입고 무표정한 엄마와 에곤, 이에 대비되는 아빠의 빨간 연은 강렬한 대비를 이뤄 아빠의 부재에 대한 상실감을 더욱 강조한다. 특히 병상에서 머리카락이 빠져 민머리가 된 아빠의 모습이나, 비석이 세워진 묘지, 땅 속 깊은 곳에서 올려보는 시선 등 죽음과 장례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매우 인상적이다. 곧 울 듯한 표정으로 빨간 연을 들고 있는 책 앞표지의 에곤을 뒤표지에서 친구가 따라가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한 이별』 그림책 서평은  '아침 독서운동 - 월간 그림책'에 직접  서평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책 이야기』 죽음에 대한 예의, ‘잘 가,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