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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테호른 Oct 19. 2021

외로울 때 힘이 되는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라

― 21. 추억에 대하여


흔히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만큼 추억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훗날, 인생을 돌이켜볼 때 좋은 추억만큼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웃게 하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첫’이라는 단어만큼 우리를 설레게 하고 떨리게 하는 말은 없다. ‘첫사랑’, ‘첫 만남’, ‘첫 키스’, ‘첫눈’ 등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행복해진다.






지금은 공간이 없어져서 치워졌지만,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내 책상 위에는 네가 다섯 살 때 그려준 내 캐리커처가 놓여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봉천동 아파트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주말이었다. 갑자기 네가 녹색 크레파스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며 “아빠, 얼굴 그려줄게”라면서 순식간에 손을 놀렸다. 그렇게 해서 10초쯤 걸렸을까.


내 눈앞에 내민 종이 위의 그림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사람이 놀라면 뒷머리가 곤두선다고 하는데, 그때 나는 그 기분을 느꼈다. 나와 꼭 닮은 사람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그려도 그처럼 똑같이 그리지 못할 만큼 정말 뛰어난 솜씨였다. 보는 사람마다 “정말 똑같다”라고 했을 정도니, 내가 느낀 놀라움과 기쁨이 어느 정도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그림을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찍고, 액자에도 담아두고는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보고는 했다. 그만큼 그 일은 내게 있어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누구나 외롭고 힘들 때면 가장 생각나고, 가장 돌아가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것이 바로 추억의 힘이다.


1990년대의 추억과 감성을 선물하며 남녀노소를 TV 앞으로 불러모은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94〉가 바로 그것이다. 이 드라마의 성공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농구대잔치, 서태지와 아이들, 삐삐, 시티폰, 삼풍백화점 붕괴 등 당시 사회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이슈를 통해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한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드라마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며 누군가를 그리워했고, 또 어떤 사람은 잊어버린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추억할 것이 넘쳐났다.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과 거기에 맞춰 놀 수 있는 것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 역시 지금과는 달리, 시간이 매우 자유로웠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학교에서도 놀고, 집에 와서도 놀았다. 그러니 얼마든지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나이 들수록 그런 추억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나를 웃음 짓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네 세대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추억할 것도 많지 않을뿐더러 학원에 다니느라 시간 역시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도 거의 없다. 생각건대, 가족과 여행 가거나 체험학습을 떠나는 것이 유일한 즐길 거리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과연 훗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추억은 희로애락의 감정이 담기고, 자발적이어야만 오래가고 소중하기 마련인데, 거기에는 그런 감정도 자발성도 담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무감과 반복되는 일상은 일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그런 추억이 소중하고 오래 갈 리 없다.




추억만큼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어떤 일이 추억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의 소중함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삶의 매 순간 일어나는 일에 무관심하고, 특별하지 않은 한 어떤 의미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서 그것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망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만이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도 언젠가는 과거가 된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도 관심을 두고 특별하게 만들어야 한다.  




▶▶▶ 추억이 아름답고 소중한 이유는 다시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간순간 행복한 일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제 시간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훗날 기억할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라. 그리고 그것을 모아서 친구들과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건대, 아주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단, 지나친 감상주의에 빠져서 위험한 추억을 만들거나 말도 안 되는 일을 추억이랍시고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은 추억이 아니라 나쁜 기억이 될 뿐이다.


바라건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해지고, 외로울 때 힘이 되는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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