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는 않는가?
성공하는 데 있어 가장 방해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혹시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살면서 가장 떨쳐내기 힘든 습관 중 하나가 바로 ‘미루는 습관’이다. 특히 미루는 습관은 일상 속에 교묘하게 숨어 있어서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원인을 단번에 찾아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요원할 뿐이다. 많은 사람이 미루는 습관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며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정작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태국에 가면 1,000Kg이 넘는 육중한 코끼리가 쇠사슬에 묶여 꼼짝달싹 못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새끼였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 길든 탓이다. 실제로 코끼리 사육사들은 코끼리가 아주 어린 새끼였을 때부터 쇠사슬로 묶어 아무리 힘을 써도 벗어날 수 없게 한다. 그 결과, 코끼리는 쇠사슬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족쇄로 인식하게 되고, 어른이 되어서도 쇠사슬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조금만 힘을 써도 금방 쇠사슬을 끊을 수 있는 데도 말이다.
많은 사람이 새해가 되면 ‘담배를 끊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라며 다짐하지만,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곤 한다. 마찬가지로 더는 일을 미루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제때 처리하지 못한 일이 책상에 쌓이기 일쑤다. 이에 나름대로 극약 처방을 하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알몸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하인에게 옷을 맡긴 후 정해 놓은 양만큼 글을 쓰지 못하면 절대 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했다. 소설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 등 세월을 뛰어넘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작을 남긴 그에게도 일을 미루는 습관은 큰 고민거리였던 셈이다.
일을 번번이 미루는 행동을 심리학자들은 ‘미루는 습관’이라고 한다. 주목할 점은 자기절제가 부족한 이들에게 미루는 습관은 심각한 사회적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영국 셰필드대학 심리학과 푸시아 시로이스(Fuschia Sirois) 교수에 따르면, 40%의 사람들이 미루는 습관으로 인해 큰 재정적 손실을 봤을 뿐만 아니라 건강 역시 좋지 않았다. 또한, 제때 일을 처리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사람들이 일을 자꾸만 미루는 이유는 과연 뭘까.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로 최고의 자기계발 트레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닐 피오레(Neil Fiore) 박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일을 자꾸만 미루는 이유는 성격이 나빠서도 아니며 비합리적이어서도 아니다. 일을 미루는 것은 비난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완벽주의 때문이다.
즉, 일을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과 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을 자꾸 미루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핑계를 댄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내 능력 밖이라서….
주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일을 미루는 이유는 상황이 아닌 심리적인 이유 때문인 셈이다. 마음의 고통에 사로잡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다 보니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 전문지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5명 중 1명꼴로 자신을 만성적인 미루기 환자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미루는 습관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며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작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미루는 습관을 해결할 수 있을까.
미루는 습관을 40여 년 이상 연구한 미국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 윌리엄 너스(William Knuas)는 어떤 행위를 미루는 것은 무의식적인 회피 본능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하기 싫은 일, 귀찮은 일을 피하는 것은 그 행위에 대한 불안감 또는 불편함으로부터 회피하려는 본능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바로잡으려면 ‘미루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계속 반복하라고 강조한다. 예컨대, 5분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일이건 딱 5분만 우선 해본 후 계속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 5분이라도 일단 하게 되기에 미루지 않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해결법은 아니다.
미루는 습관을 해결하려면 자신을 짓누르는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그것을 속속들이 분석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긍심과 자신감을 높여야 한다. 이는 앞서 말한 닐 피오레 박사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 역시 일을 미루는 습관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살았다며 ‘일단 시작해라’, ‘더 열심히 해라’, ‘계획성 있게 행동해라’ 등과 같은 막연한 조언만으로는 절대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없다고 말한다. 조금도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가슴에 와 닿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미루는 습관을 바로 잡으려면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용서하며, 쉬운 일부터 하나씩 실천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왜 일을 미루느냐보다 어떻게 일을 미루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해 피오레 박사는 3일 동안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해보라고 권유한다.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알면 각각의 행동에 대해 할애하는 시간과 실제로 거기에 사용하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미루는 습관 역시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말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일을 습관적으로 미루는 사람들은 ‘꼭 해야 한다’, ‘반드시 끝내야 한다’, ‘이 일은 너무 크고 중요하다’, ‘나는 반드시 완벽해야 한다’, ‘나는 쉴 시간이 없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화법을 주로 구사하지만, 제때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선택할게’, ‘언제 시작할까?’, ‘하나씩 차근차근 하면 돼’,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반드시 쉴 것이다’ 등과 같이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즐겨 쓴다. 그 때문에 말하는 방법만 바꿔도 미루는 습관을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넷째, ‘데드라인(마감 시간)’을 정하고 이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미루는 습관은 마감 증후군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마감이 임박해서 시간에 쫓기며 일할 때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장기적 습관으로 굳어지면 제때 일을 처리하지 않고 일을 점점 미루게 된다. 그에 반해, 성공한 사람들의 스케줄러에는 해야 할 일의 목록과 함께 그 옆에 반드시 ‘마감 시간’이 적혀 있다. 시간을 할당해서 두려움과 걱정을 한 곳으로 몰면 미루는 습관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루는 습관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캐나다 캘거리대학 심리학과 피어스 스틸(Piers Steel) 교수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미루는 습관을 고치려면 가족이나 직장 상사에게 자신의 계획을 말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단, 이때 계획은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이어야 하며, 시간 역시 세분화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다섯째, 가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자기가 하는 일이 가치 없다고 생각할수록 사람들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행동심리학에서는 이를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라고 한다.
끝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 역시 중요하다. 미루는 습관을 일종의 도덕적 실패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뭔가 제때 하지 못했다고 해서 자신에게 화내기보다 마음을 편안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