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 온 파트너는 거의 없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의 관계는 흔히 ‘전설적인 투자 콤비’로 불린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행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관계는 전략이나 성과 이전에 사고의 기준을 공유한 동반자에 가깝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시장 상황이 좋을 때도 있었고, 혹독한 비난을 받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판단은 놀랄 만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워런 버핏의 초기 투자 방식은
‘싼 기업을 사서 적당한 시점에 파는’ 전략에 가까웠다.
숫자에 강했고, 계산에 능했으며, 통계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선호했다.
찰리 멍거는 이 지점에서 버핏에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왜 평생 평범한 기업만 붙잡고 있나?”
“정말 훌륭한 기업이라면 조금 비싸게 사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나?”
이 질문은 버핏의 투자 인생을 바꿔 놓았다.
이후 그는 ‘싼 기업’이 아니라 ‘오래 갈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두 사람의 동행은 서로를 맞추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의 기준을 더 날카롭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멍거의 역할은 버핏의 판단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정말 우리가 이해한 게 맞나?”
“이건 확신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건 아닐까?”
멍거는 빠른 결정을 능력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확신이 빠르게 만들어질수록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버핏의 판단이 굳어질 때마다 의도적으로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들은 토론을 길게 만들었고, 결정을 늦췄지만 수많은 실수를 미리 걸러냈다.
-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 과도한 빚을 지지 않는다.
- 단기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기준들이 언제나 결정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점이다.
의견이 갈릴 때도, 시장이 요동칠 때도 두 사람은
“지금 이 선택이 우리가 합의한 기준에 맞는가?”를 먼저 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의견 차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갈등으로 번지지 않았을 뿐이다.
기준이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누가 더 옳은가를 따지기보다 어느 쪽이 기준에 더 부합하는가를 따졌다.
그래서 자존심이 개입할 여지가 적었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이 남긴 것은 탁월한 수익률만이 아니다.
그들은 훌륭한 판단은 혼자서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두 사람은 새로운 전략을 끊임없이 찾기보다 이미 합의한 기준을 수십 년 동안 반복했다.
그래서 그들의 선택은 극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단조로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반복이 그들을 끝까지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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