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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여행가 안젤라 Feb 22. 2022

세설_리뷰

일본의 작은 아씨들

<세설>은 오사카의 몰락한 상류 계층의 네 자매 이야기다. 자매의 혼담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매   명은 신여성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전개되길 바랐다.


이왕이면 그 여성이 나와 똑같은 넷째 딸, 다에코였으면 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일도 하고, 유학도 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길 원했다.


하지만 작가는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장면을 뒤에 배치해두어 번번이 나를 놀라게 했다.


열심히 일하는 다에코를 보니 다시 사랑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재능도 있고 요령도 좋아서 무슨 일이든 짧은 시간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니까……


춤을 시켜도 잘 추고, 인형을 만들게 해도 훌륭하고, 옷을 만들게 해도 잘 만들고…… 정말 아직 서른도 안 된 여자 몸으로 이렇게 여러 가지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세설_본문 중에서)


셋째, 유키코의 짝꿍을 예상하는 일은 인내심, 끈기 같은 게 필요했다. ‘도대체 언제 나타나는거야?!!!’


선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중 함께이길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요즘의 문화가 정말 감사하다.


소설 속에서 유키코는 유난히 병간호를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유키코가 요즘 시대의 사람이었다면, 간호사를 하면 정말 잘 맞았겠다’ 싶다.


여성의 적성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결혼에 따라 여자의 인생이 결정되는듯한 그 시절이 참 밉다.


유키코의 성격 중에는 유독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내가 유키코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책에 있다.


지금   용기를 내서 이야기하는  나을 거예요.


물론 선을 위해서, 결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글은 남성 작가라는 걸 알고 책을 읽지만 내가 그것을 착각했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다.


또한 굳이 뭘 이렇게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시나 싶은 장면도 있어서 나중에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작가의 투머치 토크!


예를 들면 어떤 병원 의사를 찾아가게 되는 일이 있다고 하면 그 의사와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어디 출신이고 어떤 성격인지까지 몽땅 그려내고 마는 작가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작은 사건들에 집중력을 잃을 틈이 없다.

매력적인 인물로는 사치코의 남편! 데이노스케를 꼽을 수 있다. 그의 배려심이 마음에 든다.


탐나는 인물로는 정말 이쪽저쪽 다니며  일하는 ‘오하루  있다. 알고 지내면  번쯤은 도움받는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오하루가 위생 부분만큼은 제발 철저히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보면 요즘 시대에 내가 태어났다는 것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여성의 활동이 그때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더더욱 자유롭길 바란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영향인지 나도 본의 아니게 말이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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