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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Oct 21. 2023

아이들이 준비한 점심식사

엄마를 위한 특별한 식사준비

아이들이 준비한 점심식사     

휴일의 아이들은 심심할까? 아니다. 함께하면 심심할 시간이 없다. 설명절 휴일이 길다. 긴 시간중 한날 점심은 아이들이 만든다.

“얘들아, 오늘 점심은 너희들이 해볼래?” 엄마 여유있게 책 읽고 있을게.

아이들의 대답은 하늘을 난다.

“네... 저희가 할게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아이들에게 부엌을 맡겼다.

엄마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을 본 것이 있는지라 저마다 잘할 수 있다고 난리다. 엄마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다.

앞치마를 입혔다. 제복을 갖춰 입어야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자부심이 있지 않은가. 막내와 둘째는 서로 먼저 입겠다고 야단이다. 엄마는 뒤로 물러섰다. 주방이 보이지 않는 거실 소파에 앉아 소리만 듣는다. 책을 읽겠다고 했지만 글자만 보고 있다. 집중이 될 턱이 없다. 아이들의 밥 짓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제일 큰 언니, 먼저 제안을 한다.

“야, 얘들아 일단 앉아봐. 무엇을 만들지 먼저 결정해야 해.”

“언니, 언니, 냉장고에 유부가 있으니 유부초밥하자.”

“아니야, 볶음밥 하자, 양파도 있고 햄도 있고 참치도 있잖아. 엄마가 만드는 거 봐서 할 수 있어.”

엄마가 만드는 거 봐서 할수 있다는 말에 웃음이 터졌다. 엄마가 밥하는 것을 봤을까? 어디한번 어떻게 만들어지나 보자 하는 맘이 들었다.

“계란을 먼저 풀어야 해.”

언니의 말에 촐삭쟁이 막내가 나선다.

“언니, 내가 계란 깨고 싶어.”

“안돼. 계란 잘못 깨면 껍질까지 들어가서 문제야.”

“아니, 잘할 수 있다고. 나도. 엄마가 하는 거 봤어!”

물러서지 않는 막내의 고집에 언니들은 손을 들었는지 막내가 계란을 깨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막내는 계란을 깨다 껍질까지 같이 들어가고 말았다. 침착한 언니는 괜찮다며 껍질을 건져내는 것 같다.

그 다음은 어묵 썰기. 칼을 사용해야 하는 정교한 작업에 조심스러운지 어묵은 언니가 썰겠다고 한다. 동생들은 잘못하면 손이 다치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김치를 먼저 볶아야 한다며 프라이팬에 김치 볶는 소리, 계란 부치는 소리, 카놀라유를 넣어야 하는지 참기름을 넣어야 하는지 의논하는 소리들. 

“앗 뜨거!”

“야, 너 저리 비켜있어. 위험해. 불 없는 곳에 앉아 있으라고.”

요리하는 내내 막내는 엄마에게 와서 묻는다.

참치 어디 있어요? 햄 어디  있어요? 계란을 부치는데 소금을 넣어야 해요? 안 넣어도 되죠?

어린 동생은 언니들 틈에 끼어 나름 정성을 다하고 있는 중인데 언니들이 보기에 막내는 성가신 존재인 것 같다.

요리를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볶음밥이 얼추 만들어 졌을까 싶을 때 한 녀석이 소리친다. 

“언니, 안돼. 나는 참깨 싫어한단 말이야. 넣지 마.”

“아니, 왜 참깨를 싫어해. 얼마나 고소한대. 볶음밥에는 참깨를 넣어야지.”

“나도 김치 매워서 싫은데 넣었잖아. 참깨가 뭐가 문제야.”

웃음이 난다. 요리하는 동안 아이들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을까?

마지막 작업이 진행중인 듯하다. 

“야, 엄마처럼 해보자.”하며 귤을 까서 놓고 요구르트까지 후식으로 준비해 두었다. 

제법 모양을 갖춘 점심. 아빠를 불러오고 오빠도 불러왔다. 스스로 식사를 준비했다는 쾌감이 가득 찬 식탁.

넘치는 칭찬과 함게 맛을 보았다. 

“와, 진짜 맛있네!”

아이들의 표정에선 만족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함께하는 모든 것은 놀이이다. 재미있는 놀이. 오늘도 아이들은 함께 하는 놀이를 배우고 그 배움 속에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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