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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성옥 Oct 21. 2023

물무산 산책길

길에서 길을 찾아나선다

  

아이들과 함께 살다보면 즐거운 일도 있지만 아픈 일도 많이 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과의 삶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하다. 성장하는 과정 중에 겪어가는 일이라고 마음을 돌려 편안해 지기가 어렵다. 아프다. 아이들이 아픈만큼 엄마도 아프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 앞에서는 더 많이 괴롭다. 아직도 서툴기만한 엄마 역할이 옹졸한 마음을 옭아매고 놔주지 않는다.

그럴때는 남편과 함께 산에 오른다. 문제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광의 둘레길(영광군수님께서 만들어주신 정말 행복한 공간, 행복숲)에 오른다.

“여보, 모든 걸 다 잊고 산에 갑시다.”

남편의 제안에 하던 일을 멈춘다. 바지에 운동화, 커피 마실 따뜻한 물과 약간의 간식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하루 24시간 집안 전쟁을 휴전하고 산에 오르는 날은 숨통이 트인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남편과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 숨이 가빠지면 생각이 멈춘다. 어제 오늘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이 잠시 자리를 비켜준다. 산중턱에 오르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상황을 객관화 시킬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때부터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는다. 시야가 넓어지고 나무가 보인다. 새소리가 들리고 다람쥐가 나무를 오르는 것도 보인다. 계절에 맞게 붉은 옷들을 갈아입고 있는 숲이 보인다.

“시간이 필요해. 하루아침에 변화될거라 기대하면 안되잖아.”

남편은 눈치를 살피다 편안해진 내 모습을 보며 말을 건넨다. 지난밤에 아이들과 싸웠던 일로 마음이 힘든 나에게 위로라고 건넨 말이다. 대꾸없이 걷다 불현 듯 생각난 사람.

“오은영 박사에게 한번 의뢰 해볼까?”

아이의 문제는 도벽과 거짓말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욕심이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 호기심이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아이다.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성격. 조금 특별하다 싶은 물건은 주머니속에 넣는다. 값이 나가는 물건도 아니다. 그저 자기가 보기에 좋은 물건일 뿐이다. 

남편의 답은 쉽다.

“여보. 그냥 지켜봐줍시다. 천천히 변화될거라 믿어줍시다.”

‘천천히’라는 말에 긴 숨이 나온다. 기다려줘야 한다. 그 기다림은 가슴을 치며 우는 일보다 더 힘겹다고 말하는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힘겹지만 그래도 엄마는 기다려 줘야 한다. 엄마는 기다릴수 있다. 아니 엄마만이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이구나.”

엄마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정상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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