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일개 독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 팁
서평 쓰는 법에 대한 견해는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를 것이다. 이것은 정답이 아님을 미리 밝힌다. 이 방법은 서평에 관련한 여러 책과, 나의 노하우를 담은 방법이므로 지극히 개인적이다. 혹시 본인의 지향점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마음껏 참고하길 바란다. 얼개는 '독서 중-서평 쓰기 전-서평 쓰기-서평 쓴 후'로 짜보았다.
<독서 중>
①국어사전
국어사전을 펼쳐두고 일일이 모르는 낱말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데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장점은 핸드폰으로 찾아 기록해두는 것보다 휘발성이 약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독서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②읽을 책
책에 샤프나 연필을 이용해서 밑줄을 긋고 단상을 적는다. 화가 나는 문단 옆에 욕을 휘갈기기도 하고, 모르는 낱말 밑에 뜻을 적기도 하고, 의문점이나 순간 떠오른 단상을 적는다. 이 모든 기록이 서평의 밑거름이 된다. 적어두면 무척 든든하다.
+) 특히 욕을 적어두면 분노가 은근하게 사그라든다. 추천한다.
★③독서 수첩
국어사전과 읽는 책에 밑줄을 긋더라도 이 수첩이 없으면 서평 쓰기에 일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수첩에는 단상을 적기도 하고, 비문학의 경우 새로이 얻게 된 정보를, 문학의 경우 등장인물 관계도나 인물정보, 간략한 줄거리를 적는다. 문장을 완전히 정리하지 않더라도, 상기한 바와 같이 취합을 고려해서 순서에 맞게 적어야 한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을 할 때에도 책에 관한 단상이 떠오르면 즉시 적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서평의 글감이 된다.
++) 꼼수를 부릴 수 있는 팁은, 작가가 자주 쓰는 단어나 인상 깊은 문장을 한 두 문장 정도 필사해두는 것이다. 자세한 설명은 하기해두었다.
<서평 쓰기 전>
1. 무(無)의 상태로 머릿속을 비워둔다.
작가의 정보나 줄거리를 최대한 읽지 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서평을 업로드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쓴 서평은 절대 읽지 않는다. 사전 정보를 얻고 나서 서평을 쓰면 잡념이 많이 들기도 하고, 자세한 줄거리를 읽다 보면 글쓰기 욕구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르 소설의 경우에는 줄거리에 모든 힘을 실어 두기 때문에 더욱이 사전 정보를 읽지 않는 것이 유익하다. 일개 독자라도 자신이 공들여 쓴 서평을 그대로 도용해서 올리는 사람을 보면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나 역시 여러 번 겪었던 일이라 누군가의 서평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은 만큼 나 또한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한다. 서평을 쓰기 전까지는 어떤 정보와 글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야, 나만의 감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전 정보를 몰랐을 때 범할 수 있는 오류들이 많기 때문에 단점도 묵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만 추후에 수정하면 될 경우에 이 원칙의 장점은 엄청나다.
★2. 독서하며 적어둔 작가의 단어와 문장을 내 언어로 바꾼다.
서평 쓰기 전에 꼭 실천하는 꼼수 같은 것이다. 어떤 글이든 읽고 써본 사람은 안다, '문체'라는 것의 위엄을.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든지 상황에 적확한 단어들을 추려서 나만의 문장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면 글쓰기가 확실히 쉬워진다.
가령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곡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은희경, 『빛의 과거』中)라는 문장에서 서평에 "여울을 이룬다"라는 문장을 끌고 오면, '은희경을 읽는다는 것은 내 가슴속에 여울져 흐르는 삶을 읽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옮겨 적을 수 있겠다. 작가의 단어나 문장을 감상으로 치환해 적으면 글이 꽤 멋스러워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작가의 문장과 단어를 과도하게 끌어다 쓰면 자신만의 개성이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서평 쓰기>
1. 독서수첩을 취합하고 문장을 다듬는다.
상기해둔 단상을 비롯해서 좋은 문장과 단어를 페이지순으로 나열해두고 문장을 다듬는다.
2. 누구나 생소할법한 단어를 한 개 이상 끼워 넣는다.
국어사전을 공부하며 새로이 알게 된 단어들을 끼워 넣는 방법이 제일 애용하는 방법이다. 한자와 영어의 만용을 억제하기 위함도 있지만, 나 자신이 활용함으로써 공부하기 위함도 있다. 누군가 내 서평을 읽으면서 몰랐던 단어를 알게 되었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서평에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읽기 어려워하거나 흥미를 잃는 독자가 있다는 절대적인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3. 배열을 적절히 하고, 과도한 줄거리 소개에 유의한다.
배열은 세 문단을 잡아두고 끊어 적는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독후감 쓰기 얼개다.
☜첫 문단에는 읽게 된 경로라든지 짧은 제재 소개 및 선입견과 편견을 소개한다. 모든 독자들이 첫 문단부터 읽기 때문에 첫 문단에는 되도록이면 결론이나 줄거리를 넣지 않으려 한다.
☜★두 번째 문단에는 줄거리를 적는다. 줄거리의 중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비독자들의 독서 욕구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경우에는 줄거리를 쓸 때에 가장 긴장한다. 무척 수고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장르 소설에 경우에는 상기한 바와 같이 중용을 꼭 지켜야 비독자와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서평이 된다. 비문학 서평의 경우에는 오히려 제재 전달이나 정보 전달만으로도 두 번째 문단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문단은 나만의 감상을 적는다. 사실 세 번째 문단은 줄거리만큼이나 중요하다. 줄거리와 감상이 없다면 서평의 기능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최대한 개성을 담으면서도 사생활을 낱낱이 밝히지 않는 선에서 쓰려고 한다. 그리고 내 서평을 읽는 독자들과 이야기할 거리가 많게끔 여러 자문들을 적어두는 편이다. 이 문단이 독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므로 가장 공들여야 한다.
+) 나의 경우에는 블로그에 먼저 적은 다음 인스타그램에 복사해서 덧붙이는데, 블로그에는 길이에 제약 없이 적고 싶은 대로 길게 적고, 인스타그램에는 블로그 글을 첨삭하여 복사한 후 한줄평을 덧붙인다.
++) 인스타그램 특성상 글보다 사진에 주목하므로 긴 글은 잘 안 읽게 마련이다. 한줄평을 적어두면 이 긴 글을 읽을지에 관한 여부를 독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한줄평을 적는다.
+++) 별점을 매기지 않는 이유: 특히 문학의 경우 독자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호불호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문학에서만큼은 객관적일 수 없는 나의 역량 부족이기도 하다.
+) 나무에게 미안한 책이라도 서평만은 꼭 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책이 쏟아지는 출판시장에서는 나무의 희생이 미안할 만큼 종이 낭비에 불과한 책들이 반드시 있다. 취향이나 도덕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아예 틀린 내용을 전문성 없는 작가(라고 칭하기도 싫지만)가 비문학 책이랍시고 떡 출판하는 경우도 있고, 약자를 혐오함과 동시에 아예 틀린 논지를 펼치는 책도 많다. 그런 책을 만나면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지만, 그래도 서평을 적는다. 독서 행위의 끝은 서평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쉽게 휘발되는 독서의 기록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과감하게 틀렸다고 적는다. 틀렸다고 적으려면 나의 확고한 논리가 필요하므로 그런 책을 읽으면서도 사고력이 확장됨을 느낄 수 있다.
+) 그런 글을 쓰는 작가(라고 칭하기도 얄밉지만)들보다 그런 글을 혹여라도 읽고 상처 받을 약자들의 마음을 더 헤아리며 살고 싶기 때문이다. 출판사와 작가에 아량을 베풀라는 말이 참 많은데, 나는 앞으로도 잘못된 책은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살 것이다. 서평 태도에 관한 견해는 추후에 따로 업로드할 예정이다.
<서평 쓴 후>
1. (업로드 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반복해서 퇴고한다.
눈으로 읽는 일도 중요하지만, 뜻하지 않게 만연체가 된다면 소리 내어 읽으며 교정하는 법이 매우 효율적이다. 나의 경우에는 최대 네다섯 시간을 서평에 할애하는데, 만약 세 시간 동안 서평을 쓴다면 퇴고에 두 시간을 투자한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듬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 배제하거나 폄하하지 않았을까, 맞춤법이 틀리지 않았을까, 읽기 어려운 문장은 없을까 등등 고심해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2. 내 서평을 읽은 다른 독자/비독자와 의견을 공유한다.
서평을 개인 노트에 적지 않고 온라인으로 업로드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의미를 재생산한 것에 관해 다른 독자는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의견을 나누는 것도 독서 행위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지경을 넓히는 방법이 된다. 간혹 댓글을 통해 재생산된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때 (원색적인 비난이 아니라면) 어떤 의견이든 수렴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이 필요하다.
3. 작가 정보와 다른 서평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간다.
이 문항은 선택사항이다. 미적지근한 책을 읽었을 때는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관심이 생겨야 작가에 관해서도 다른 독자들의 서평에 관해서도 읽고 싶은 욕구가 일렁이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는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통찰력이 생기고 또 다른 책을 만났을 때에 감상이 풍부해질 수 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도 아니고, 유려한 문체를 가진 사람도 아닌 그 어중간함을 고수하는 사람으로서 이 콘텐츠에 관해 회의감을 가졌다. 그러나 나와 같은 위치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조금의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거란, 다소 오만하고 작은 확신으로 차근차근 적어내려 갔다. 이 포스팅의 골자는 "정답이 없다"이다. 나의 서평 방법도 꼭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의 글 쓰는 방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어찌 되었건 나도,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모두 서평을 써본 경험이 있다면 풀리지 않는 고민들이 머릿속에 낭자할 것이다. 그런 고민을 품고 있지만 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지경을 열심히 넓히며 즐겁게 독서하고 글을 썼으면 좋겠다.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대체로 이런 마음가짐과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2-3일에 한 번씩 서평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서평을 보다 보면 '서평'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의를 부여하고 범접할 수 없는 경지로 몰아넣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서평이나 리뷰나 독후감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관점에서 자신의 문장력을 믿으며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 서평에 대의를 부여한 순간 글쓰기에 주저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쓴다는 건 살아있다는 뜻이고, 어떤 방향으로든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함의하므로 글쓰기의 약동함을 믿었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공고히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나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건 무척 벅찬 일이다. 특히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나의 언어로 정리하는 '서평'이란 작업은 몹시 매력적이다. 부디 이 글이 혼란한 지금의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북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fromhyeyum/
북블로그: https://blog.naver.com/hyeyumch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