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4일
어느 저명한 예언가가 1999년에 지구는 끝날 거라고 했다. 마야 문명의 달력은 2012년 12월까지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런 여러 종류의 지구 종말론에 무엇인지 모를 미신적인 믿음이 있는 편이다. 퍽 흥미가 있다고 해야 하나. 소행성이 충돌한다거나 빙하기가 온다던가 하는 이런저런 것들. 이십 대가 되고부터는 매해 연말마다 어쩌면 끝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런 이야기가 나를 지배해서 미쳐버릴 정도는 아니지. (미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은연중에 몰래 두려워하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슬쩍 안도하곤 하였다. 아 이번에도 여러 갈래의 우주 중에서 나의 우주는 잘도 버텨냈구나 하며. 끝일 수도 있었던 많은 경우의 수들 틈에서 잘도 살아남았구나. 그 기특함도 무감각해지더니 요새 들어서는 되려 영원히 살 것만 같다는 기묘한 예감이 든다. 당연히 그것이 해피엔딩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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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by @seungheonyee writing by @j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