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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윤 Jan 02. 2022

2022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아이포트폴리오 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사

아이포트폴리오 직원 여러분, 


1. 보통 일 년 내내 여름 한 계절인, 적도 위아래 20도 위도를 poverty line이라고 합니다. 예외적인 몇몇 국가를 빼고 대부분의 빈곤 국가들이 주로 이 위도 범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척박한 땅이 원인이겠지만, 비옥한 토양의 국가들조차 덥고, 습하고, 그리고 변하지 않는 날씨로 인한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삶이 늘어집니다. 최근 2년은 계절이 바뀌지 않는 적도에서 지낸 기분이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옷을 바꿔 입어도 매일 덮어쓰는 마스크는 계절 변화를 무디게 하고, 일상이 된 화상 회의 공간의 지루함은 삶을 평면에 가두어 놓았습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집(아파트)들은 천정가 2.3m를 넘지 않아 우리는 이미 평면에 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말이죠.


2. 영국 킹스칼리지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남녀 간 Tension(갈등 혹은 긴장감) 1위, 빈부 차 갈등 1위, 세대차 갈등 1위, 학력(대졸, 고졸) 간 갈등 1위, 진보 보수 갈등 1위. 지지 정당 간의 갈등 1위, 종교적 입장차로 인한 갈등 1위. 그냥 1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 나라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만 극단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와중에 k-pop, k-drama, k-movie, k-food가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건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브레이크와 액셀을 동시에 밟고 있는 형상입니다. 이런 갈등과 긴장으로 인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썼다면 지금쯤 우리는 세계 최초 코로나 백신 개발, 최초 민간 우주여행 상품 출시, 전기차 점유율 1위 정도 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2021년은 위 1번과 같은 환경적 위협, 2번과 같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비효율이 우리 회사에 침투하지 못한 한 해였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 명도 빠짐없이, 외부 요소에 굴복하지 않고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화합과 배려에 힘을 쏟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한 해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모두에게 진심을 담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제 2022년의 첫 업무일을 맞이하여 여러분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째, 2022년에는 "돌이켜" 감사거리를 찾기보다 "늘" 감사함을 누리는 한 해가 되어 봅시다.

2021년을 돌이켜 보니 감사거리가 넘쳐납니다.

- 3.5m가 넘는 천장에서 따뜻한 조명이 내리쬐는 사무실에 들어서면 평면이 아닌 진짜 공간에 들어선 느낌을 받습니다.

- 코로나 시국에 그 공간을 두 배 늘려 패스트파이브에서 1인당 공간이 가장 넓은 사무실이 되었습니다.  

- 모두의 급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는 최소한 에듀테크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자랑합니다.

- 영어교육의 최고 권위인 옥스포드 대학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리딩앤 플랫폼을 48개 국에 보급하였습니다.

- 국가 과제 사업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 (여기에 각자 개인적으로 감사했던 일들을 적어 보세요.)


2022년에는 새로운 감사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현재 진행형으로 만끽하며 살아갑시다.


둘째, 받은 것보다 조금 더 주면서 살아갑시다. 약간 손해를 봐도 괜찮습니다.


2번에서 서술한 사회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공정에 대한 담론"입니다. 남녀 갈등, 빈부 갈등, 정치적 갈등, 세대 간 갈등 모두 공통적으로 "공정"에 대한 생각이 달라 발생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는 현대 역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세계 최단기간에 이루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태어나 민주화 시대에 학교를 다니고 공정의 시대에 사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 압축 성장의 부작용을 몸소 느낍니다. 우리는 성질이 너무 급하고 호흡이 짧습니다.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치열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정을 순간순간 스냅샷으로 찍어가며 벌이는 논쟁은 소모적이고 불필요합니다. 우리 사회 전방위로 나타나는 대립구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기형적 현상입니다.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를 집필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공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다소 종교적 결론을 내립니다.


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의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 준다. 그것은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우리가 스스로를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고 교만한 모습을 감추는 것은 가능합니다. 전문 용어로 '겸손의 모습'을 갖춘다고 하죠. 그러나 실제로 마이클 샌델 교수가 언급한 위와 같은 '겸손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생존 인물 중 겸손의 능력을 갖춘 자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반면, '겸손의 모습'만 갖춘 위선자들은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위선자는 위선자를 금방 알아채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인간 본성에 대한 고찰만 좀 하면 어렵지 않게 위선자를 골라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자기가 남들보다 더 노력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신의 은총이나 행운 또는 우연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거기서 비롯된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례는 더더욱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폼 잡지 말고 현실적으로 접근합시다. 회사 차원에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받는 대가보다 좀 더 주려고 노력합시다. 퍼주는 음식점 망하는 법 없습니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놓는 성인군자가 되자는 것이 아닙니다. 때릴 때 잘 피하면 됩니다. 인생은 Give and Take이지만 Give가 Take를 초과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성공합니다. 통계적으로 그렇습니다. Adam Grant의 <Give and Take>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창의력을 극대화해 봅시다. 개인의 창의력이 곧 회사의 창의력입니다.


인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창의력과 생산성은 비례해서 늘고 있지 않습니다. 창의력은 회의실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우리의 창조성은 일상의 맥락(context)에서 벗어나 자신을 낯설게 할 때 극대화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를 갑작스럽게 낯선 환경에 몰아넣었지만 그것은 자발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창의력보다는 잔머리를 키웠습니다. 우리가 길을 걷다 곰과 마주치면 싸울까 튈까(Fight or Flight)를 판단하게 해 주는 코티솔이 분비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가 상륙했을 때 우리의 상황과 같습니다. 생존을 위한 잔머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에 창의력은 오히려 쇠퇴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발적으로 낯설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과 독서입니다.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 독서는 머리로 하는 여행. 우리 회사 출장의 목적은 절반은 업무, 절반은 여행입니다. 업무와 별 상관없는 사람을 데리고 나갈 때에는 100%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독서에 매진해 봅시다. 낯선 작가의 머릿속에 들어가 이리저리 휘저으며 둘러보세요. 2022년도에는 역량 개발비를 2배로 인상했으니 일단 열심히 책을 사 모읍시다. 독서는 읽을 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놓은 책 중에 읽는 겁니다. 그리고 공간의 이동 없이 할 수 있는 여행 팁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바로 혀로 하는 방법입니다. 1번 상황과 같이 계절의 변화에 무뎌지고 지루함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계절 음식을 찾아 먹는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입니다. 굴, 꼬막, 방어, 과메기 맛집을 찾아 삼만리 해 봅시다. 벌써부터 4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지 않나요?


이렇게 긴 글을 내 의도대로 기승전 먹는 얘기로 마무리했습니다. 2022년에는 전 직원 오프라인 회식 함 성사시켜 보기를 희망하면서 화이팅!을 외쳐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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