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이 되면 세상 모두가 새해 다짐을 한다. 우리는 한국인의 영원한 숙제인 '영어'와 '다이어트'를 주로 꼽게 된다. 그리고 주요 신문들의 건강 섹션은 온 인류의 숙원인 '다이어트'와 '장수'를 다룬다.
그런데 2020년 1월, CNN의 건강 칼럼에는 아래 제목의 글이 실렸다. 내용에 비추어 제목을 의역하자면 '가정의 행복에 필수 요소는 독서다'. (원문 읽기)
영미 문화권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잠자기 전 엄마나 아빠가 침대 옆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Bed time story가 서양 문화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그런 전통을 엿보기 힘들다. 침대 문화도 아니었고, 과거에는 어린이 동화책을 구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하긴 OECD 국가 중 최저 독서량에 빛나는 한국에서는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다. 다행히 현대에 와서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열심히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가?
출처: https://www.facebook.com/Yoruner
CNN에 의하면 책 읽어주기(Read Aloud)의 영향은 단편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는다. 3,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 19개를 분석하였더니 책 읽어주기는 아이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부모에게도 큰 영향이 있었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질적으로 높아질 뿐 아니라, 부모로서의 자신감을 높여주고 심지어는 양육에 따른 스트레스와 우울감도 감소시켜 주었다.
책을 읽어주면 아이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선 문제 해결력, 판단력 등 인지 능력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주의력 결핍, 공격성 등 여러 행동 문제(장애)를 완화시켜주기도 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아이의 언어 발달에 큰 기여를 한다. CNN은 아이와 대화를 할 때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어휘력 향상과 문해력 발달에는 더 효과가 좋았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해 준다.
이 글에서는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또는 함께 책 읽기를 주기적인 리추얼로 만들라고 한다. 가장 좋은 시간은 아무래도 잠자기 전일 테다. Bed Time Story 문화를 우리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추천하는 다른 방법은 Library Day를 만드는 것이다. 또는 Bookstore Day. 일주일에 한 번은 시간을 정해서 꼭 도서관이나 서점을 온 가족이 방문하는 것이다. 가서 책을 읽지 않고 책 냄새만 맡고 와도 도움이 되니 꼭 해 보길 바란다. 우리 가족도 아이가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리추얼을 지킨 기억이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 종각 영풍문고는 우리 가족의 단골 서점이었고, 매주 가던 청운문학도서관과 서울정독도서관은 그 존재 자체로 유서 깊은 도서관이다. 청운문학도서관은 전체가 한옥으로 되어 있고, 겸재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리기 위해 인왕산을 바라봤던 자리가 바로 정독도서관의 정원이다. 가급적 학원가에서 멀고 서점과 도서관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 가는 것이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학원가가 밀집한 지역의 집값이 높은 것은 우리가 교육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떠밀려 왜 하는지도 모르는 경쟁심만 높은 게 아닐까?
"어떻게 하면 독서하는 아이로 만들죠?"
이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를 자주 접한다. 책은 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읽는 것이다. 그러니 만들 수 없다. 스스로 된다. 아이에게 잠자기 전에 책을 읽어주고 매주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르고 엄마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자발적으로 독서하는 아이 - 폼나는 말로 Free Voluntary Reader -가 되지 않으면 그것이야 말로 불가사의한 일 아닌가?
특히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독서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자. 언어는 암기한 것을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과정이 축적되어야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자세히)
아이를 리더로 키우고 싶은가?
요즘 같이 수동적 사고(passive cognition)를 유발하는 각종 콘텐츠(유튜브, 쇼츠, 인스타 등등)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이를 리더로 키우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다. 콘테츠에 소비되어 버린 아이들이 대부분인 요즘, 능동적 사고(active cognition)를 유도하는 '독서'라는 것만 우리 아이가 하면 리더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우리 아이가 살아남는 방법도 자명해졌다. 선진국 중 가장 책을 안 읽는 나라에 살고 있는 당신도 책 몇 권 읽으면 리더가 될 수 있다.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