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풀링이라는 것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물성 오일을 입에 머금고 10분에서 15분 정도 가글 하듯 오물거리다가 뱉는 것이다. 오일 풀링을 하면 밤 동안 쌓여있던 입안의 세균이 정리되고 독소가 빠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인도에서 유래한 민간요법이라며 티브이 어느 프로그램에서 모 연예인이 소개한 미용 비법이다. 양치질로도 제거하기 어려운 것들이 지방에 녹아내린다는 게 그럴듯했다. 검색해 보니 살이 빠진다거나 소화가 더 잘 된다는 낭설도 있었다. 단지 호기심에 집에 있는 아보카도 오일로 오일 풀링을 해봤는데 만족스러웠다. 조금씩 느껴지는 아보카도 향이 좋았고 입안이 더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10분에서 15분은 좀 긴 시간인 것 같아 주저했지만 해보니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오일 풀링 하는 걸 습관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외모지상주의가 싫다. 생김새를 평가하고 경쟁하듯 예뻐지려 하는 사회 풍조가 나를 지치게 만든다. 이미 충분히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의 외모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면서 어디에 살이 붙었네, 어디가 모자라네 하는 기사를 보면 얼굴이 찌푸려진다. 연예인 누구는 10분 동안 세안을 한다더라, 비행기 안은 건조해서 수분크림 한 통을 다 쓴다더라 하면서 미용 비법이 유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순적인 건, 그러면서도 나는 예뻐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 외모를 따지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거품을 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내가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며칠 전 파마를 했다. 머리에 달린 단백질 덩어리를 지지고 볶느라 십몇만 원을 썼다. 파마를 하려면 여러 번 샴푸하고 약을 발라야 한다. 머리카락을 마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낌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이건 모순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잠깐은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망각했다. 신념 같은 건 그냥 좀 잊고 내가 끌리는 대로 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본능일까? 나도 모르게 내면화하는 게 아닐까? 시기마다 예뻐 보이는 게 달라지는 것을 보면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결국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살 순 없을까? 거울 없이는 내가 나를 볼 수도 없는데 왜 나는 아름다워 지려고만 할까. 사람들은 변명하듯 '아름다운 나'를 추구하는 게 내 만족 때문이라고 말하곤 한다. 고등학생들이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학교에서 점심 먹기를 거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나 역시도 옳지 않다고 믿는 것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판을 치는 세태에 가담한 것은 아닌가 죄스러웠다.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순 있을까.
다시 오일 풀링으로 돌아가 보자. 이제는 외적인 것만 아닌 내적인 것도 아름다워야 하는 시대다. 콜라겐을 마시고 몸 안의 독소를 배출하는 '이너 뷰티'는 이미 몇 년 전 산업을 휩쓸었다. 얼굴뿐만이 아닌 장기까지도 예쁘기를 바라는 게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다. 예쁘고 말고는 그만 따져 물었으면 좋겠다. 나뿐만이 아닌 이 사회가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