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만의 사전을 가지고 있다.
나의 브런치 소개는 이렇게 시작된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전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에 대한 생각을 어렴풋하게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 가서 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같은 단어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때로 우리는 결국 공통된 접점을 찾기도 했고 때로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오해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에서 나의 그런 어렴풋한 생각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한 것을 발견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의 3부 제목은 ‘이해받지 못한 단어들‘ 이다. 이 장에서는 사비나와 프란츠의 이야기가 나온다. 둘은 서로 사랑을 나누지만 그들은 같은 단어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그 장 안에 들어 있는 이해받지 못한 말들의 조그만 어휘집이라는 부분을 통해 두 사람은 같은 단어를 접하고도 그걸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면 사비나에게 공동묘지는 삶이 잔인했기에 공동묘지가 오히려 평화로운 곳이었지만 프란츠에게는 뼈다귀와 돌덩어리의 추악한 하차장일 뿐이었다. (민음사 번역 P.98-99쪽 참조) 같은 단어지만 사비나와 프란츠의 ’공동묘지’에 대한 인식은 극과 극을 달린다. 한 단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그들이 살아 온 삶의 여정, 그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상황, 그들을 둘러싼 주위 환경 등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한 개인 안에 있는 같은 단어라도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경험을 통해 어릴 때와 나이가 들었을 때의 그 단어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도 한다. 때로는 서서히, 때로는 매우 격렬하게.
사비나와 프란츠가 그랬듯이 우리는 우리만의 사전이 있다. 같은 단어라도 서로가 살아온 삶, 그 단어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와 추억에 따라 그 단어는 서로에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단어의 뜻이 나열되어 있는 일반적인 사전과는 다른 우리 삶의 기록이고 기억이다. 그러기에 내 안의 단어들에 대한 나의 사전을 이곳에 적고 싶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나의 사전을 보면서 본인 안에 있는 사전을 다시금 펼쳐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