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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seniya Mar 31. 2024

벚꽃나무 아래서..

, 다시 봄이 돌아왔습니다.


성시경의 노래 제목처럼 계절이 돌고 돌듯이, 그렇게 무심하게 봄은 자기 자리로 어김없이 돌아왔습니다.

돌고 도는 봄 사이에, 나의 머리 위에도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았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불어오는 칼바람을 막아내려고   팔짱을 끼고 고개 숙여  추위를 견뎌내는 겨울 동안,  따뜻한 봄은 오지 않을 것 같지만,  나도 모르게 눈이 부신 초록 세상을 맞이하고 있듯, 절대 늙지 않을 것 같은 나의 인생도 그렇게 어느덧 주름진 얼굴을 하고 있는 노인이 되어버렸습니다.


4월이 오자마자 여기저기 진분홍의 겹벚꽃이 나의 창가에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놓았답니다.

나이가 들어서 밤잠이 사라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잠을 청하는 순간에도 내일의 새벽을 기다리는 시간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른 새벽 동이 트지 않은 바깥의 초록 세상은 여기저기 먹이를 찾아다니며 이곳저곳을 휘저어 놓는 동물들에게 내어주고, 한잔의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고 구수한 커피 향이 사라지고 잔이 비어질 때쯤, 나는 세상이 훤히 비치는 동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동이 트고 세상이 훤하게 비추어질 때 눈앞에 나타나는 초록의 물결은 나의 가슴을 여지없이 뛰게 만듭니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으로 전해지는 밤새 이슬을 머금고 있던 흙냄새와,

상큼하고 촉촉한 자연의 싱그러움이 사방팔방 퉁겨져 나오는 한 폭의 초록풍경은,  나이를 잊은 나의 심장도  바운스 바운스 하게 됩니다.


 잠옷을 입은 채, 여기저기 봄을 심어놓은 나의 텃밭을 둘러봅니다.

신기하게도 잡초와 먹거리를 구분하는 동물들의 자연적인 감각을 나는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 제거해야 할 잡초들은 고스란히 남겨 놓아 쑥쑥 자라는 사이에, 곱게 아껴 두며 키우던 나의 밭의 주인공들은 남몰래 연애질을 하다 들켜, 아버지에게 끌려 억지로 잘려나간  바람둥이 딸의 머리처럼 , 여기저기 듬성듬성 싹둑 잘려나간  모양새를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속상한 마음에 애꿎은 동물들을 향해 한바탕 욕을 붓고 난 후, 공생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너희들도 살아야지... 그래도 먹을 거 천진데 어찌 나의 일용할 양식에만 눈독을 들이는 건지 야속한 마음은 사그라들지가 않습니다. 맛있는 건 동물이나 인간이나 매한가지 인가 봅니다.

나의 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벚꽃 나무아래 나의 책상에 앉아, 오랜만에 나의 컴퓨터를 켜 봅니다.

사느라 잊고 지냈던 나의 일상 중의 유일한 호사였던 이곳을 들려봅니다.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네요..

잘들 지내셨나요?

오늘 하루도 봄다운 아주 날씨가 화창한 봄날이었답니다.

나의 마음에도 봄이 들어와 앉았으면 좋겠어요. 따듯하고 화창한 봄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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