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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ug 12. 2023

엄마, 나 화장품 공장에 취직했어!

너와 나의 독립 일기

올해 대학 1학년인 딸아이가 6월 말이 되자 종강을 맞이했다. 어머, 방학이 이렇게나 빠르다니. 대학을 졸업한 지 이십 년도 훌쩍 넘어서일까.  나는 기억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아이가 종강맞이 엠티를 다녀오겠다 말을 하던 날, 흐릿한 내 기억 속에 강촌 언저리 커다란 방이 있던 숙소가 떠올랐고 거기서 동기들과 마시고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술병들과 아침에 솥단지에 끓여 먹었던 불어 터진 라면도 생각이 기도 했다. 스물을 맞이한 딸아이의 일상은 그렇게 나의 스물과 오버랩이 되어, 덕분에 난  가끔 아련한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런 기억의 겹침이 때론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 것이 사실이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거나, 가끔 연락이 되지 않거나, 문을 꼭 닫고 자기 방에 들어가 친구랑 속삭이며 비밀스러운 모의 작당을 하더라도 말이다. 나 또한 그랬었지, 작은 불덩이 하나가 가슴이 들어앉아 스물의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 아이가 공장에 취직을 했다는 것은 꽤나 충격이었다. 공장엘? 굳이? 엄마가 주는 용돈도 있고 짚 앞 치킨집에서의 알바도 잘하고 있었는데.


"아니, 공장에서 한 달을 꼬박 일하는 게 자잘한 알바 뛰는 거보다 낫더라고. 그래서 방학 두 달만 다니기로 했어!"


어안이 벙벙했다. 곧이어 많이 힘들 텐데...라는 걱정과 밀려왔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아이의 큰소리에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는 생애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동안 파우더 가루 뒤집어쓰며 치킨집에서 극한 알바를 했던 터라 공장에서의 일은 그리 고되지는 않다고 하여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지나 아이는 첫 사회생활에서의 이런저런 고충과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고충은 공장 일이 너무나 단순하여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치킨집에서는 닭도 튀기고 포장도 하고 손님 상대도 하니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화장품 공장은 뚜껑 조립이 다여서 손만 아프고 시간이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을 보여주었는데 손바닥이 다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었다. 아이의 손을 보니 속이 너무 상해 나도 모르게 그만 두란 말이 나와 버렸다.


" 야, 그냥 그만둬. 엄마가 그냥 돈 줄게. 조금 아껴 쓰고 용돈 받고 살아 그냥. 동네 알바나 가끔 하구."


" 아 싫어. 그냥 내가 돈 벌어서 내 맘대로 쓰고 저축도 하는 게 더 좋고 편해. 엄마는 그냥 대견하게만 생각해 주면 돼!"


그렇게 또 이 주 정도 지나고 아이는 공장에 잘 적응하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또다시(?) 충격적인 카톡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 엄마, 나 공장 옮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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