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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자 Jan 05. 2020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이한솔 산문집 '오늘은 가을이 조금 지겨워요'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던 날들>


너도 모르게  생각을 하는 날들이 있었지
죄스러운 마음에 뒷자리에서 너의 뒤통수만 지켜보던 낮들이 있었고
지난날을 떠오리며 나를 뉘우치는 밤들이 있었지
어떤 밤은 그저 잠자코 듣기만 할 뿐이었지.
그러지 말걸, 듣기만 하지는 말걸.

다시 너를 만난  어느 
네가 내게 와준    어느 
나는 그날 밤하늘에 감사인사를 보냈다

가시를 벗은  단단한 밤톨이 맞닿으며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던 하얀 
가을도 아닌데 고소하고 따뜻하고 폭실폭실했던

고마워
 살아내주어 고마워
우리 살아내주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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