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자기 검열,
위협을 피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표현을 자제하거나 조정하는 행위.
이 단어를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책에서 처음 보고, 내가 자기 검열의 끝판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직 입직 전 자유로운 분위기의 직장을 다녔던 나는 적당한 빈말이나 가벼운 아부, 하얀 거짓말을 하지 못했고,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 등이 공무원이 되고 문제가 되었다. 서른다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회생활의 '처세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난 돌이었던 나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증으로 휴직하게 되었고, 복직 후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말 한마디에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말할까 말까 고민되면 말하지 않았다.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참고 또 참았다. 직장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이렇게 보내다 보니, 나라는 사람 자체가 변해갔다.
남편에게도, 친구들에게도, 가족에게도 점점 말을 검열했다. 괜한 말을 한 것 같으면 계속 곱씹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점점 말을 줄여갔다.
명상을 시작한 초반에는 말이 없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적 평화에서 비롯된 고요함과, 감정을 꾹꾹 눌러 억누르다 곪아터지기 직전의 침묵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우울증은 지속되어 심리상담으론 충분치 않아 작년 6월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치료 한 달 정도 지나자 변화가 생겼다. 마음이 편안해진 것이다.
중간에 업무 과부하로 번아웃이 오면서 폭식과 무기력이 심해지기도 했지만, 정신과 선생님과 상담선생님의 도움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찾은 답은 ‘미니멀 라이프와 명상’이었고, 나는 또다시 변화했다. 행복해진 것이다.
지난 설날, 어김없이 친가에 내려갔다. 우리는 친척이 스무 명 남짓 모이는 대가족이다. 사촌들도 많아 또래끼리 술 한잔 하며 어울리는 자리에 나는 늘 끼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갑자기, 그냥 끼고 싶어졌다. 쭈뼛쭈뼛 다가가자 사촌들은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음이 편해지자 이내 그 분위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그냥 아무 말이나 하자고 생각했다. 오랜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떠들고 웃고..
성인이 되어 멀어진 사촌들과 친밀함이 느껴졌고, 이 관계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즐거웠다.
그러나 집으로 올라오는 길, ‘그건 괜히 말했나?’ 자기 검열이 또 올라왔지만 곧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여기는 직장이 아니다. 그들은 친척이며,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 사적인 관계에서는 검열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끔은 아무 말 대잔치도 괜찮다.
자기 검열을 내려놓자,
나는 더 따뜻하고 충만해졌다.
명상은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따스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