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끊다

정보공해, 과잉정보, 피로감

by 공쩌리

2024년 12월 3일.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남편이 깨운다. 계엄이 선포되었다 한다. 부끄럽지만 때 나는 것이 몰랐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로 출근했다. 여느 날과 같은 하루였다. 사람들은 모여 계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눈치껏 맞장구를 치며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한 명이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모르고 있 사람들이 놀려댄다. 어떻게 그걸 모르냐며.

뜨끔했다.

그날부터 뉴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나의 뉴스 집착이 시작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 매일 1시간짜리 저녁 뉴스를 보는 것을 지켰다.


세상 돌아가는 걸 알게 되자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을 하고 말할 거리가 많아졌다. 때로는 뉴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내심 비웃기도 했던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5년 12월.

1년이 지났다.


나는 우울증이 악화된 폭식과 무기력 시달리고 있었다.

우울증 약을 증량하고,

폭식 예방약을 처방받고,

여행을 다녀오고,

재미있는 드라마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쇼핑을 해도,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니멀라이프를 알게 되었다.

명상을 하고,

심리상담을 받고,

요가를 시작했다.

한동안 멀어졌던 책을 다시 읽고,

브런치 글을 다시 쓰며,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되었다.

TV 끊었기에 뉴스 대신 인터넷 기사로 대체하였지만,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 보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이렇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몰라도 괜찮은 걸까?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데 나만 모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며칠, 몇 주, 몇 달이 흘렀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우울증이 있던 나는 뉴스에 유난히 더 예민하게 감정 이입을 했던 것 같다. 불안하고, 분노하고, 놀라고, 비판하고,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했다. 소수의 부정적인 뉴스가 사회 전체의 모습 같기도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건 '피로감'이었다.


예전에는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도 했고, 부단히 따라가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히 말한다. “모른다”라고.


그리고 이제는 뉴스도 조금씩 본다.

압박감이나 과몰입 없이.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세상 소식을 접한다.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아는 척하지 않고, 타인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세상과 나는 뉴스를 붙잡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뉴스시청의 압박감을 벗어난 것은
마치 답답한 빌딩숲 아스팔트 길을 벗어나,
고요한 산속 오솔길 걷는 기분이다.


나는 이렇게 더 평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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