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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경은 Feb 12. 2022

합격과 독립

대학 신입생이 되는 딸아이의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고3이 되는 딸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 신입생이 되려는 딸이 있다. 그렇다. 고3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 원하는 대학에 무사히 합격을 했다. 그 아이가 이제는 나로부터 떠나려고 한다.


큰아이의 고등학교 3년을 되짚어보았다. 특별할 것은 없다. 한국에 있는 많은 고3과 다를 바 없는 시간들이었다.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대부분이었다. 거의 대부분 독서실과 학원을 뺑뺑히 돌면서 살았다.  고1 때는 명문대를 가려는 목표로 공부했다. 열심히만 하면 다되는 줄 아는 시기였다. 고2가 되면서 점차 목표점은 하향하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성적이 나오질 않으니깐. 수시로 가기 위해 열심히 학교 수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니 수행점수라도 올려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수행 활동을 충실히 하더라도 부족한 내신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고3이 되어서 정시로 방향을 바꾸었다. 공부방법은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학교 내신보다는 수능 준비를 하도록 학습대상과 패턴이 바뀌었다. 난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이게 맞는 방향인지 판단조차 못했다. 그저 아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을 지지해줄 뿐이었다.



많은 수험생들의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공부법을 진득하게 지켜내기 힘든 거다. 책상에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했지만 아이는 늘 실망스러운 성적이 나오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이런저런 공부법을 뒤져보았다. 유명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일타강사가 있는 인강도 들어보았다. 그럴 때마다 교재는 새로 구입했다. 몇 단원만 보고 다시 새로운 교재를 마련해야 했다. 책장에 엄청나게 깨끗한 교재가 넘쳐났다.



왜 또 사냐고! 또 학원 바꾸고 싶은 거야?




한마디도 따질 수 없었다. 그냥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늘 조마조마한 아이를 보면서 차마 가타부타 따져보지도 않았다.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고 믿었다. 다만 우리 아이가 공부법이 잘못되었거나 이해력이 떨어지나 보다 생각만 할 뿐이었다.


일 년 동안 모의고사 성적은 마지막 10월 모의고사 까지도 좋은 성적은 나오질 않았다. 학교 담임선생님과 입시 관련 상담을 했을 때가 떠오른다. 선생님께서 제시해주신 가능한 대학들은 실망스러웠다. 예상은 했지만 선생님 입을 통해서 점찍듯 집어주시는 학교 이름을 들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이와 수시 원서는 희망하는 곳으로 지원했다. 당연히 모두 불합격했다. 성적에 맞추어서 수시를 지원했더라도 아이는 다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수시 접수 이후에도 정시 준비를 포기하지 않고 충실히 했다. 마지막까지 꾸준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드디어 정시 시험을 치렀다. 시험장에서 나오는 아이들을 보려고 많은 부모님들이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 한 시간 이상을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렸다. 막상 아이들은 편안하게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내 아이도 평소 모습처럼 나왔다. 한참 시간이 흘러 수능 성적표가 나왔다.

이제까지 본 모의고사와 비교해보면 가장 우수한 성적이 나왔다. 남들이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가족 모두 감사했다. 결국 정시 원서는 원하는 곳에 쓸 수 있었고 합격통지를 받게 되었다.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합격'이라는 두자가 어찌 그리 신기한지. 힘들게 보낸 시간에 대한 갚지 보답이었다. 아이는 엉엉 울었다. 가족들 모두 얼싸안고 소리쳤다. 수시 원서 쓸 때는 도저히 꿈꿔보지 못했던 대학교였는데 정시로 해서 장학금까지 받아가면서 입학하게 되었다.





그 아이가 이제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필요 품목을 꼼꼼히 조사해서 구입했다. 가장 중요한 이불과 패드부터 청소용품, 세면도구 등을 사 왔다. 아직도 몇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아이가 독립하는 것 같다. 염려되는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아침에 알람에 일어날 수 있을지 늦잠 자서 아침밥은 먹을 수 있을는지 등등 걱정이 앞선다.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해서 아이가 더 잘할 수 있는 거도 아니니 그냥 믿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고3 기간 동안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던 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냥 믿어보자. 아이가 어떻게 적응해나갈지 궁금하지만.

 

지금의 결과도 얼마 전까지 예상하지 못했듯이 아이가 대학에 가서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다. 다만 부모로서 최소한 해야 하는 역할은 뭘까?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 다른 사람들이 절대 해줄 수 없는 일이다. 남편과 내가 반드시 할 일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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