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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시 Oct 28. 2023

나의 끝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커뮤니티에서 '흙수저'를 검색해보았다. 가족에게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결혼을 진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 버는 족족 공과금과 가족들의 생활비로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사람, 가족들의 압박이 느껴져 퇴사도 할 수 없다는 사람. 모두 다 가족이다. 흙수저는 배경이고, 능력이고, 가족이다. 집에서 나와서, 연을 끊고 자기 자신만 챙겨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댓글은 익명의 가벼움이거나 뼈를 깎는 고통의 진심일 것이다.

 

  친구와 함께 전통문화의 위대함과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예술을 논하며 술잔을 부딪치던 때 전화가 울렸다. 보고싶고 사랑하는 우리 엄마. 엄마 역시 술을 마셨는지 한껏 취기가 오른 목소리였다.

"딸~ 엄마 용돈 좀 주라~"

"갑자기? 왜 필요한데?"

"쓸 데가 있어서~"

"왜 필요한데, 그리고 얼마 필요한데?"

"엄마 11월이랑 12월 월세 내야해서. 그냥 보내주고 싶은 만큼만 보내줘.."

"월세를 왜? 얼마 필요한지 정확히 말해봐. 무슨 상황인데?"

  취기 어린 목소리는 점차 가라앉았다. 완성되지 못한 말이 울음에 잠겨 엄마는 나에게 응답하지 못했다. 결국 전화가 끊겼다.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또다른 불행이 시작됐구나'


  차차 풀어갈 이야기지만 근래 몇 년 사이 나와 엄마, 가족 주변에 닥치는 불행들을 연속으로 맞으며 나는, 뿌리부터 흔들리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았다. 긍정과 희망도 최소한의 힘을 필요로 한다. 세상은 잔인하고 거대하다. 나는 존재할 이유 없이 그저 놓여져 있다. '나'는 과연 살아낼 수 있을까? 늘 그랬듯 포기하게 될까?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가는 거지, 어떻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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