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욱 Jan 30. 2021

칼의 밸런스 차이

칼의 밸런스란 무엇인가?


 밸런스(balance)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균형, 평형(상태)라고 나온다. 그럼 칼의 밸런스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내린 정의는 ‘무게 중심이 있는 포인트: 칼의 끝에서 손잡이 끝 사이에 무게 중심’이다.  



밸런스 측정방법


 밸런스 측정 방법을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일반적으로 손가락 위에 칼을 올려서 균형이 맞는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칼과 핸들의 연결부위 쪽의 중심에 균형이 맞으면 ‘밸런스가 좋다’라고 한다. 그리고 중심에서 칼날 쪽으로 중심이 잡히면 '날 쪽에 밸런스가 있다'라고 하며 손잡이 쪽으로 중심이 잡히면 ' 손잡이 밸런스가 있다'라고 표현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손가락 위에 칼을 올려서 균형을 맞춘다.



 참고로 여기에서의 밸런스 기준은 칼날이 21cm-27cm 정도의 쉐프 나이프이다. 12cm 보다 더 작은 과도 같이 작은 칼은 구조상 대부분 손잡이 쪽에 밸런스가 있다. 30cm가 넘어가는 야나기(사시미 칼)는 밸런스가 칼날에 갈 수밖에 없어 좋은 밸런스라는 기준 자체가 틀리다.  




밸런스는 칼질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일까?


 초기에 칼에 관심을 가질 때 가장 이해가 힘들었던 부분이 무게 밸런스였다. 다들 칼을 잡을 때 무게 밸런스가 좋네 나쁘네 이야기하는데 그 좋다는 기준도 잘 모르겠고 막상 이게 어떤 영향을 가지는지 물어보면 그냥 단순하게 ‘칼질이 힘들어진다’ 이 정도의 답변만 돌아왔었다. 그리고 말하는 사람마다 좋다고 느끼는 밸런스가 상당히 차이가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밸런스가 좋다고 유명한 고급 브랜드의 칼을 들어보고 사용해보니 왜 밸런스 좋은 칼이 좋은 것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분명히 정확한 스펙상으로는 무거운 칼인데 실제로 들어보는 실사용감은 별로 무겁다고 느끼지를 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명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어했구나도 이해가 되었다. 이것은 상당히 미묘한 느낌이며 개인마다 다들 느끼는 정도가 다르고 선호하는 밸런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본인이 경험하였던 칼의 종류, 본인 손목의 힘, 썰때의 버릇, 자주 써는 식재료, 칼질의 작업량에 따라 선호가 차이날 수 있다.  

Ryusen blazen 240mm, 딱 중간에 있는 밸런스가 일품인 칼이다.





각 밸런스마다 특징   


    칼날 쪽에 밸런스- 바닥에 칼끝을 붙어서 써는 경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칼의 전체를 들어올려서 써는 밀어썰기등을 하면 칼을 들어 올리는 손목의 피로감이 증가한다. 하지만 칼이 재료에 파고드는 순간에는 칼날의 무게 덕분에 힘을 주지 않아도 썰기가 더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이런 밸런스를 선호하는 요리사의 경우 칼날의 무게를 살려서 써는 칼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식의 사시미 칼의 경우도 칼날의 무게를 이용하여 생선살을 절단한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칼 중에 절삭력의 능력치가 '매우' 높은 칼들 대부분이 칼날 쪽에 밸런스가 있었다.

요시카네 skd 240mm, 칼날 쪽에 밸런스가 몰려 있다.


    중간 밸런스- 밸런스가 좋은데 다른 능력치도 나쁘지 않으면 밸런스가 좋은 메이커로 유명해진다.  초급용으로는 각마, 중급 메이커로는 misono ux, 고급자용 나이프에는 류센, 네녹스 등이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어떠한 작업을 해도 손목등이 크게 부담되지 않으며 원래 칼의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초심자, 프로 입문용 등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칼 리스트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Ryusen blazen  스즈히끼 270mm, 칼날 중간에 밸런스가 있다.



    손잡이 밸런스- 손잡이가 무겁다는 의미인데 상당히 의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칼이 독일 메이커이다.  어떻게 썰든 간에 손목의 피로감은 전체적으로 증가하지만 안전의 이유로 만든다. 칼이 떨어질 때 칼날이 아닌 손잡이부터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가능하면 불의의 사고를 방지하는 의미로 손잡이가 무거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Miyabi 미즈 210mm 손잡이 쪽에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라는 것은 우위가 있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취향일 뿐


 밸런스가 중심으로 가면 갈수록 좋다는 것은 대부분의 요리사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밸런스가 한쪽에 집중되어있다고 나쁜 것이 절대 아니고 오히려 한쪽에 적당히 집중된 칼을 선호하는 요리사들도 분명 있다. 그러므로 이걸로 논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 본인이 편하게 느끼는 칼이면 그게 좋은 칼이다.   


 확실한 점 하나는 '극단적'으로 한쪽에 쏠린 밸런스의 칼은 어느 쪽이든 간에 칼질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인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면 굳이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고 참고만 하면 된다. 나는 현재 밸런스가 중간에 있는 칼을 선호한다. 첫 칼은 극단적으로 손잡이가 무거웠지만 사용했던 당시에는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나중에 다수의 칼을 사용 후 ‘아 손잡이가 무거웠던 칼이구나'하고 느꼈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테츠 가라스키 청강 스텐클레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