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조리 도구 리뷰
이테츠 가라스키 청강 스텐클레드
강재: 청강 + 스테인레스 클레드
길이: 180mm
많은 요리사들의 로망 중 하나는 탄소강을 사용한 칼을 사용해보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탄소강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쉽지만(구입해서 사용하면 끝이니) 관리가 쉽지 않다. 탄소강은 쉽게 말해 무쇠 칼 같은 재질로 녹이 잘 일어나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극강의 절삭력과 써는 맛이 좋아 일식에서의 고급 사시미 칼에 사용된다.
만일 탄소강의 절삭력을 느끼고 싶은데 저러한 번거로움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크게 2가지이다. 세미 스테인레스 강으로 만들어진 칼을 사용해서 녹 저항성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써는 맛도 있는 제품을 사용하거나(ex:요시카네 skd강), 혹은 탄소강 스테인레스 클레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텐 클레드라는 것이 무엇일까? 칼을 만드는 방법(양날칼 기준)을 크게 2가지로 정의하자면 1종류의 금속으로만 만드는 '전강' 방식, 그리고 2종류의 금속으로 만드는 '산마이' 방식이 있다. 산마이 방식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산마이라는 것은 일본어로 3이라는 뜻으로 3겹으로 칼을 제작하였다는 의미이다. 식재료에 닿는 중심 칼날 부분과 그 옆을 감싸는 금속을 다르게 하여 붙여 만드는 방식이다.
이테츠 가라스키는 중심 칼날 부분은 청강(탄소강)이라 녹이 잘 나지만, 옆에 감싸는 금속은 스테인레스로 만들어 녹이 생성되는 범위가 매우 좁다. 그래서 관리가 편하다. 실사용으로 양파, 당근, 딸기 등을 썰고 간단히 기름만 발라 2주 정도 사용해봤는데 녹이 슬지 않는다. 패티나라고 하는 얼룩 정도는 올라오는데 범위가 작아서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한 달 정도 사용을 해보니 녹이 올라오는데 역시 범위가 적다 보니 신경 쓰이지가 않는다.
가라스키는 보통 180mm 정도의 짧은 길이의 발골, 생선 머리 절단 등이 가능한 다용도 칼이다. 그래서 뼈 등에 이가 잘 나가지 않게 칼날이 두꺼운 편이며 막 쓰기 좋게 디자인이 되어있다. 특히 이테츠의 가라스키는 칼등이 상당히 두꺼워서 묵직한 편이다. 밸런스가 좋아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180mm라는 길이 치고는 무게감이 있다. 손잡이는 매우 두툼하다. 사진으로는 안 느껴지지만 실제로 잡아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칼 중 젤 두툼한 손잡이 크기를 자랑한다.
절삭력은 청강이라 매우 만족스러웠다. 왜 탄소강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무나 당근 등을 썰기에는 칼날이 두꺼워서 쪼개짐 현상이 있지만, 닭 등을 잡아보니 매우 만족스럽게 해체가 가능하였다.
하지만 마감이 전반적으로 거친 편이다. 나무로 만든 손잡이는 약간 까끌한 느낌이 들어 사포로 작업을 해줄 생각이다. 접강부분의 이음새가 살짝 드러나 있기도 하다. 특히 중지 걸이 부분이 손이 베일 정도라서 신경 쓰인다. 판매하시는 분도 이 부분을 알고 개선 작업을 해 주신 후 판매를 하여 구매를 하였지 만일 그대로 판매하였다면 구매를 하였을까 의문이 든다.
이 칼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뭔가 자잘한 것은 신경 안 쓰고 ‘난 너네가 저렴한 가격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칼과 극강의 절미만 느끼게 해 줄 거야. 다른 건 몰라 알아서 해!’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상남자의 칼인 느낌이 든다. 특히 칼날, 손잡이의 두꺼움과 마감의 상태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더욱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마초 같은 남자다움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녹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녹을 없애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상남자답게 그냥 사용하다가 연마를 할 때 자연스럽게 지울 생각이다.
이 칼은 탄소강에 입문하고 싶고 탄소강의 절삭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절삭력이라는 카테고리로 좁혀서 보자면 이 정도 가격이면 매우 만족스럽다 하지만 칼의 마감이나 디테일을 중시한다면 추천하기가 힘들다. 후회할 확률이 매우 높으니 꼭 실 제품을 만져보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