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도 아니고 하하하도 아니고 어머니가 어색하게 웃으신다. 내가 하는 얘기를 못 들으신 게 분명하다. 어머니는 듣지 못하고도 들은 척, 웃음으로 대화를 얼버무리는 중이시다. 요즘 가끔 있는 일이다.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 얘기를 하면 대화를 자주 놓치신다. 그럼에도 보청기는 아직 때가 아니란다. 돋보기도 안 끼고 보청기도 안 낀 것을 자랑 삼은 지 오래, 그것이 어머니 자존심이고 자부심인 줄 알지만 어머니와 함께 무럭무럭 늙어가는 딸은 어머니 자존심을 철통같이 지켜드리지 못한다. 한두 번 이야기를 반복하다 반응이 없으면 바로 아니에요! 됐어요! 대화를 종료해버린다. 그러면 어머니는 동그란 어깨를 더 동그랗게 말고 베란다 창가로 가신다.
우두커니 창 밖을 보는 사람의 뒷모습은 슬프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버지,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등은 슬프다. 쓸쓸함이나 외로움, 쇠락 같은 것은 앞보다는 옆에 옆보다는 등에 아주 잘 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도 창 밖을 보는 사람처럼 아마 그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