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새해 Sep 20. 2020

창 밖을 보는 사람



호호호도 아니고 하하하도 아니고 어머니가 어색하게 웃으신다. 내가 하는 얘기를 못 들으신 게  분명하다. 어머니는 듣지 못하고도 들은 척,  웃음으로 대화를 얼버무리는 중이시다. 요즘 가끔 있는 일이다. 얼굴을 마주 하지 않고 조금  떨어져 얘기를 하면 대화를 자주 놓치신다. 그럼에도 보청기는 아직 때가 아니란다.  돋보기도 안 끼고 보청기도 안 낀 것을 자랑 삼은 지 오래, 그것이 어머니  자존심이고 자부심인 줄 알지만  어머니와 함께 무럭무럭 늙어가는 딸은 어머니 자존심을 철통같이 지켜드리 못한다.  한두 번 이야기를 반복하다 반응이 없으면  바로 아니에요! 됐어요! 대화를 종료해버린다. 그러면  어머니는  동그란 어깨를 더 동그랗게 말고 베란다 창가로 가신다.


우두커니 창 밖을 보는 사람의 뒷모습은 슬프다.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버지,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등은  슬프다. 쓸쓸함이나 외로움, 쇠락 같은 것은 앞보다는 옆에 옆보다는 등에 아주 잘 보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뒷모습도 창 밖을 보는 사람처럼 아마 그럴 것.



매거진의 이전글 빈센트 반 고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