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일기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이 구절이 맘에 쏙 든다.
나는 좀 구식인 것 같다.
이토록 계절에 집착하고
기어이 계절의 기운을 느낄만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유난떨며 계절을 탄다.
대세인 건 나도알지만 요즘 쏟아져 나오는
페미니즘의 매혹적인 글 보다 윤동주가 더 좋다.
똑같지만 또 약간은 다르게 묶인 것을
2년에 한 권씩은 더 산다.
그중에서도 <서시>,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 읽고 있으면 내가 동주가 된 것 같아서,
나도 시인이 된 것 같아서 좋다.
누구나 좋아하고 또 사랑했을
구식 표현들을 나도 좋아한다.
읽고, 쓰자
풀포기처럼 피어날 때까지.
이게 나인걸 인정하자,
구식을 추구하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구식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