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안 불안하면 그게 더 비정상 아닌가.
2020년 취준생 시절, 인스타를 오랜 기간 삭제했다.
나는 서류 넣는 곳마다 떨어지고 있는데 누군가는 오랜 취준 기간을 거쳐 어딘가에 붙었다는 소식을 올렸다. 성격이 못나서 나는 뒤처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 잘나가는 걸 보는 건 용납할 수 없었고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나를 SNS 세상에서 단절시켰다.
그러나 나는 어딘가에는 꼭 나의 흔적을 남겨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된게 블로그였다. 처음엔 그날 하루동안 한거라도 기록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포스팅을 시작했다. 어떤 기업에 서류를 넣었고, 붙었다 혹은 떨어졌다.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거 같다. 다음엔 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보자. 하는 식으로 간단히 포스팅을 했다.
당연히 처음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고, 그런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포스팅을 했다.
그런데 그게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니 내 글을 읽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길게 댓글을 적으며 글이 너무 공감가요. 잘 읽었어요. 하는데 그게 도리어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느낀 좌절감과 뼈아픈 실패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그때 처음으로 글쓰기와 블로그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다.
1인 사업가가 되겠다고 퇴사한지 5개월이 되었다. 2주 전부터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는데, 유튜버의 길이 쉽지 않음을 매일 같이 느낀다. 기획에서부터 글쓰기 촬영 편집 디자인 능력 등 모든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구나하는 좌절감을 매일 같이 느낀다.
내게는 영상 몇 개만으로 1,000명 구독자, 시청 4,000시간 (유튜브 수익 조건) 만들어낼 천재적인 재능이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그럼 꾸준함으로라도 승부를 봐야하는데,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의구심이 가득한 상황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흔들리게 된다. ‘드로우앤드류’의 아침 확언을 들으며 성공에 대한 확신이 가득찬 마음으로 수영장에 가던 아침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없어지고 또 어느 순간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가득차진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누군가 퇴사 후 몇 개월만에 월 천 번 이야기, 릴스 몇 백만뷰 성공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월 천은 개뿔, 나 혼자서는 부업으로 월 50만원 벌기도 힘들던데. 또한 나도 릴스 40편 가까이 올렸는데도 조회수 1천 넘기기도 힘들던데.
그런 컨텐츠를 보고 있으면 처음엔 ‘나도 다시 열심히 해봐야겠다!’ 동기 부여를 받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쳐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 나의 MSS (My Safe Space) 안락한 보금 자리,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정말이지 지난주 유튜브 영상을 만들때까진 나의 무기력증이 꽤 많이 없어지고 좋아진 줄 알았는데, 오랜 기간동안 겪어온 감정이 한순간에 쨔잔! 하며 없어지는 일은 없었다. 무기력증은 상황이 안 좋을 때마다 나를 빈번히 찾아오는 것이었고 이젠 그냥 또 왔구나, 하며 인정하기로 했다.
오늘도 마음이 무거워져 침대에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오늘 원래 유튜브 영상 제작하는 날이었는데 우울해져서 그냥 안하기로 했다.) 이 우울함을 차라리 ‘글'로 남겨보자 생각이 들어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2020년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던 블로그가 나의 대나무 숲이 되었듯, 이 곳이 나의 대나무 숲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만큼은 나의 우울과 불안함을 그 어떠한 가식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오늘 글쓰기 참 잘했다.
언제나 나를 일으켜주고 안아줄 수 있는 건 나 스스로 밖에 없구나.
퇴사하고 안 불안하면 그게 더 비정상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