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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Jan 28. 2024

주택의 손님맞이

단독주택 살아보니 #24

  주택에 사시는 지인 부부의 댁에 초대를 받아 다녀오게 되었다. 마당, 텃밭, 강아지 두 마리까지 기르며 은퇴한 노부부가 생활하고 계셨다. 이 집은 교외에 있는 주택으로 넓은 마당이 있고, 단층의 작은 방형태의 독채가 여러 개 있어서 꼭 별채처럼 쓰고 있는 집이었다. 그래서 두 분 모두 방과 방을 넘나들려면 꼭 바깥을 거쳐야 해서 항시 모자를 쓰고 계셨다. 초대받은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선물을 들고 모여들었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잘 드는 잔디 마당의 야외 테이블에서 가마솥 김치찌개를 끓여 먹었다. 다른 손님들도 모두 공원으로 소풍을 나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밥을 먹고 디저트와 손님들이 준비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 속 오픈된 공간이니 틈이 생기면 나는 마당의 꽃들과 텃밭을 구경 심심할 새가 다. 아들은 개를 데리고 놀았다. 양지바른 잔디 마당이 넓고, 마당에 앉을자리가 있으니 집 안으로 안 들어가고 밖에서만 있어도 서너 시간의 만남을 하기에는 충분했다. 방 안까지 들어가 보지 않으니 초대한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을 것 같았다. 사부님은 내년에 우리 집 마당에 심으라고 바나나 나무 하나를 주신다고 약속하셨다.

2층 데크의 초대상

 또 주택에 초대되어 다녀왔는데 같은 마을의 주택이었다. 모님과 내가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초대되었다. 이 집은 도심에 있는 주택으로 응접실로 쓰는 썬룸을 가진 게 인상적인 집이었다. 나와 함께 초대된 손님들은 모두 썬룸에 앉아서 이야기를 며 저녁식사로 사부님이 밖에서 바비큐로 구워주신 목살 꼬치구이를 다. 손님들이 썬룸에서 저녁을 먹을 동안 부님과 중학생 아이들은 단히 인사를 하시고 실내 부엌에서 따로 식사를 하셨다. 썬룸에는 벽난로를 틀어서 온도를 맞추고, 벽난로에 고구마구워 먹을 수 있었다. 밥을 다 먹은 뒤에는 와인 한 씩 들고 정원으로 나가서 모닥불을 피웠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니 때 마침 알맞았다. 끔하게 가꿔진 잔디와 오래 키운 나무로 가득한 정원 가운데에서 불을 피우니 그렇게 춥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기 좋았다. 집이 아니라 펜션에 놀러 온 것 같다는 평을 남기며 손님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분 다 주택살이를 하신 지 십 년이 넘어가는 분들이었다. 다녀와보니 뜻 집을 열어주신 데에는 나름의 비결이 있었다. 가족들의 생활공간이 손님 초대 공간하고 어느 정도 분리가 되어 있고, 야외 공간을 십분 활용해서 손님들이 머물다 갈 수 있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썩 즐겁지 않았다. 일단 구질한 생활의 현장을 공개한다는 점이 제일 부담스러웠고, 그 당시는 아이가 더 어리고 집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리를 해도 주방이 작아서 준비하고 치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연히 여러 명의 손님을 초대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주택으로 이사를 오니 집이 더 넓어지기도 했고, 손님들이 더 자주 오는 것 같다. 주택에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집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고, 보통은 자기가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어서 구경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10명 정도 성당 동기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여 차를 마시기러 했다. 초대 날을 잡아놓고 각자 준비에 들어갔다. 남편은 집 안 실리콘 보수를 하고, 계단과 벽에 페인트를 군데군데 칠했다. 나도 정원에 죽은 식물을 뽑고, 예쁜 화분을 집 앞으로 빼놨다. 당일이 되자 거실에 잔 짐을 모두 치우고, 열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다락방에서 꺼내 놓았다. 나는 막판 화장실 청소와 함께 나눠 먹을 커피를 내리고 케이크를 몇 가지 사 왔다. 10명의 손님이 우리 집으로 오던 날, 일단 주차를 근처에 하도록 하고 우리 집을 안내했다. 먼저 마당을 간단히 돌아보았다. 한 겨울이라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집이 나름 'Journey Beyond'라는 이름을 가진 '여행을 위한 집'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껏 갔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 액자가 계단에 쭉 걸려있다. 세계 각지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있어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이 계단을 걸어 올라 2층으로 가서 미리 꺼내 놓은 큰 테이블에 모두 앉았다. 밥은 밖에서 먹고 오고 간단한 차와 케이크를 내서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초대 선물도 주고받았다. 다 같은 종교이기 때문에, 다 같이 다락에 올라가서 남편이 꾸며놓은 기도방을 구경했다. 마당에서 고기는 못 구웠지만 단란한 모임의 장소가 되었던 것 같다.

손님 초대상

 또 다른 손님 초대는 가족들이다. 우리 집은 어머니와 함께 3대가 사는 집이라서 명절에는 가족이 모여드는 큰 집 역할을 한다. 다행히 제사는 없지만 명절에 몇 끼는 내리 준비하게 된다.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명절 풍경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일단 주방을 '자'형으로 설계해 조리 공간을 대폭 넓히고, 개수대를 2개로 늘려서 2명이 일할 수 있고, 식기세척기를 설치하여 설거지의 부담을 줄였다. 이렇게 환경이 좋아져서 그나마 명절이 손님 초대할 음식 준비를 하게 되었다. 식재료는 냉장고는 아래층, 위층에 다 있어서 나눠서 보관하면 된다. 남편이 대략적으로 끼니 계획을 짜면 거기에 따라 함께 재료 손질하고 요리해서 큰 상을 차려서 함께 먹는다. 다 먹고 나면 식기세척기 돌려놓고, 각자 공간에서 쉬다가 또 끼니때가 되면 같이 밥을 먹고 저녁에는 모여서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내려온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집이 위아래로 세대 분리가 된 집이라서 따로 또 같이 형태의 명절도 가능해졌다.

명절 밥상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의 공간이지만, 손님이 오는 것도 또 다른 공기를 느끼기 좋다. 초대에는 수고가 들지만 그 만남의 기쁨이 있기에 우리는 또 요리를 하고 초대하는 것 같다. 계절이 잘 맞으면 마당의 정취도 느낄 수 있는 주택으로 초대해 보시고 초대받아 보시는 건 어떨까. 손수 준비한 음식과 공간이야말로 그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무언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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